중국어 첫 수업
중국어 첫 수업에 참여했다. 왕초보 교실이다. 오늘 첫 수업으로 성조에 대해 배우고 따라 했다. 외국어를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아쉬웠는데 중년의 나이에 시작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외국 여행을 갈 때마다 바디랭귀지로 어찌어찌 돌아다니면서 언어를 할 수 있으면 훨씬 풍족할 텐데 하고 아쉬워했다. 그래서 여러 차례 영어를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늘 작심삼일로 끝났다. 간단한 회화라도 해보려고 책을 구매해놓고 앞장만 몇 번 보다가 말았다.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온라인 강의도 몇 번 듣다가 말기를 반복했다.

아이의 학원비는 아깝다는 생각보다 필요하다는 마음이 커서 오랫동안 학원에 다니게 했다. 하지만 정작 나를 위해서는 이 나이에 내가 뭐 대단한 걸 하겠다고 돈을 쓰냐며 아까워했다. 아이는 7년째 화상영어를 한다. 자유롭게 대화하는 소리를 들으면 부럽다. 나도 화상영어를 해보면 어떨까 싶지만 영어를 못하는데 30분이나 대화한다고 생각하면 겁난다. 그 30분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이런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일주일에 한 번씩 집 근처 중국어 학원에서 어머니 교실을 열었다. 어머니 교실이라서 학원비도 저렴하다. 금액이나 수업 진행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다.
외국어를 못해서 아쉬웠던 숱한 경험 때문에 “언젠가는!” 꼭 해야겠다고 여겼던 공부를 시작했다. 혼자 외국어를 마스터하는 사람도 있던데 나는 그런 능력이 없다. 혼자서는 꾸준히 하기가 어려우니 학원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일주일에 한 번씩 학원에 가고 숙제하고 연습하다 보면 내 귀에 중국어가 들리고 말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중국어와 친숙해지다 보면 다른 언어도 꾸준히 연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오늘 중국어 수업에 나 혼자 참여했다. 어머니 교실에 참여하기로 한 다른 분들이 개인 사정으로 오지 못했다. 단독 수업이라 2성과 4성을 반대로 낼 때마다 선생님이 나의 발음을 교정해 줬다. ‘ㅣ’ 발음을 자꾸 ‘r’로 해서 여러 번 다시 했다. 코로나 19로 마스크를 착용한 채 발음하려니 입 모양이나 혀 위치를 짐작해서 따라 했다. 성조가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 고개를 움직이며 발음하는 것을 알려 줬는데 록음악에 맞춰 머리를 흔드는 헤드뱅잉이 되어 어지럽기도 했다.
가족들이 “앞으로 중국 여행은 문제없네” 하길래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보여줬다. 휴대폰에 번역 어플을 설치하고 내가 간단한 소통을 할 수 있으면 진짜 중국 여행 문제없을 것 같다. 그 간단한 소통의 첫발을 내디뎠다. 외국인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지만 똑같은 한국어를 쓰는 사람과도 대화가 잘 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지금은 내가 중국어로 쓰인 푯말을 읽고 해석할 수 있기를 바란다. 중국어는 번체자가 아닌 간체자를 쓰지만 한자에 대해 익숙해지고 싶다. 우리나라가 한자 문화권이라 그 뜻을 알면 좋겠다. 대략 짐작되는 경우도 많아서 크게 불편하지는 않아도 한자의 뜻을 알면 단어가 명확해지고 재미있을 것 같다.
여행하다 보면 ‘운하(運河)’를 만난다. 이미 우리의 머릿속에 운하의 이미지가 있다. ‘운하(運河)’의 사전적 의미는 ‘배의 운항이나 수리(水利), 관개(灌漑) 따위를 위하여 육지에 파 놓은 물길’이다. ‘운전할 운(運)’과 ‘강물 하(河)’가 결합 되어 있다는 것을 알면 언어가 좀 더 감칠맛 있지 않을까? 수업에 한 번 참여했으면서 너무 앞서가나?
어쨌든 중국어를 시작하며 좋다. 당장 중국 여행 가려는 계획도 없지만 “언젠가는!” 하고 싶었던 외국어를 배워서 좋다. 나의 일상에 외국어 공부하는 시간이 생겨서 좋다. 목표를 세우고 전력 질주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렇게 편하게 뭔가를 시작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파트 정원 가지치기가 한창이다. 바닥에 쌓인 나무에 벚나무 잎과 단풍잎이 너부러져 있다. 몇 가닥 꺾어서 유리병에 담으니 집이 가을의 밭이 된다. 잎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구멍나기도 하고 검은 점으로 얼룩지기도 했다. 초록과 노랑 그리고 붉은색이 어우러진 단풍잎도 있다. 나의 중국어 공부가 구멍도 나고 얼룩져도 조금씩 예쁘게 물들어 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