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이다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는 날

by 김작가


나는 브런치에 화요일마다 글을 발행한다.


처음 브런치에 글 발행한 날이 화요일이다. 한 편의 글을 마감하는 날이 필요하다 싶어서 한 달에 한 편이라도 쓰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나에게 화요일마다 브런치에 꼭 글을 올려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내가 화요일마다 의도를 내고 있다. 화요일은 글을 마감하는 날이다.


나는 이번 화요일에 마흔세 번째 글을 발행한다.

파도가 출렁이듯이, 내 삶이 오락가락하듯이, 글쓰기도 오르막과 내리막의 길을 걷는다.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일이 복잡다단하게 발생하고 매사에 흔들림이 많았던 마흔세 살 때의 내가 문득 떠오른다. 주변에서 발생하는 일에 번아웃되어 가던 나. 반응과 대응을 구분하지 못하고 번아웃되어 가면서도 그게 최선인 줄 착각하던 나.


‘반응(反應)’의 사전적 의미는
‘자극에 대응하여 어떤 현상이 일어남. 또는 그 현상’이다.

‘대응(對應)’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이나 사태에 맞추어 태도나 행동을 취함’이다.



내가 생각하는 반응은 어떤 자극에 자동반사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 내 의지를 반영할 틈이 없다.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열심히 싸우는 상태다. 대응은 나의 의도와 바람을 더듬어 보고 상대방의 입장도 고려하며 합의점을 찾아내기다.


브런치에 발행할 마흔세 번째 글을 준비하면서 글쓰기의 반응인지 대응인지 숨 한번 고른다.


직장 생활하면서도 일주일에 몇 편씩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는 작가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찬사가 절로 나온다. 나도 작가의 서랍에서 한 편 더 꺼내서 발행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화요일마다 꾸준히 글을 발행하려면 저축도 있어야겠다 싶어서 멈췄다.


그때, 멈추기를 잘했다.

마흔세 번째 글을 발행하려는데 작가의 서랍에 저축한 글이 없다.

내가 수시로 글을 발행했으면 진작에 동나서 빈털터리가 되었을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규칙적으로 글 쓰는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나는 음식을 천천히 오래 씹으며 조금씩 먹는다. 서두르거나 양을 많이 먹으면 소화가 안 된다. 나의 글 쓰는 속도도 느리다. 걷는 속도도 느리다.

내가 느리다는 걸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서둘러 반응하기는 멈추고 느리게 걷고, 느리게 먹고, 느리게 쓰면서 마흔세 번째 글을 쓴다.


나에게 이러저러한 바쁜 일이 있든 없든, 글이 잘 써지든 그렇지 못하든, 수행자가 수행하듯이 실행하기로 한 일을 한다.


화요일마다 글을 발행하던 어느 날 나를 단련하는 마음으로 글을 매주 한편씩 써서 브런치에 50편 채우기를 서원했다. 50이라는 숫자가 특별한 의미를 품지는 않았다. 100편이라고 마음 모으려니 부담감이 들어서 50을 선택했다. 뭐든 1년 정도 경험해 봐야 그 일의 깊이를 조금은 헤아리지 않나 싶어서.


내가 50편의 글을 한주도 거르지 않고 잘 발행하겠다고 장담하지는 못한다. 50편의 글을 발행하고 난 후에는 어떻게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든,

나는 오늘 브런치에 발행할 글을 정리하고 있다. 내가 나에게 한 약속을 지키려고.


화요일이다. 브런치에 글을 발행한다.

내가 나에게 약속한 날,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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