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사람 옆에서

걸림돌

by 김작가


요즘 나의 주변에 몸 아픈 사람이 여럿이다. 나의 일상이 멍하고 집중하기 어렵다. 해야 할 일을 손에 잡기 어렵다. 안타까움과 걱정에 휘감긴다.


친구는 딸이 코로나에 확진되면서 네 명의 가족이 모두 확진되었다. 나의 친구는 5일 동안 열이 40도를 넘었단다. 온몸의 뼈마디가 갈려지는 듯한 통증과 극심한 두통으로 머리를 들 수 없던 날들. 토하기까지. 약을 먹어도 39도. 체온이 제일 많이 내려가야 38도였다니 얼마나 힘들었을지 애잔하다. 코로나 발병한 지 근 20일이 지난 지금은 열도 떨어지고 몸의 통증도 괜찮지만 심한 피로감과 맛을 느낄 수 없는 증상으로 불편하단다.



일본에 사는 친구가 몸이 불편한 친정어머니를 만나러 한국에 오려고 했다. 6년 만에.

비행기를 타기 하루 전날 친구의 남편이 코로나에 확진되었다. 친구는 밀접 접촉자라 비행기를 탈 수 없었다. 친구는 남편이 코로나에 확진되기 3일 전에 한국에 오기 위한 절차로 PCR 검사를 받았다. 음성이었다.


세 아이와 남편은 일본에 있고 혼자 한국에 다녀가려고 분주히 움직이던 친구가 남편이 코로나에 확진되면서 마음의 끈이 풀어졌던 것일까. 남편이 확진되고 나서 친구도 코로나 증세가 나타났다.


끝내 친구네 가족 모두 코로나에 확진되었다. 친구도 열이 40도를 넘기고 뼈마디가 너무 아프단다. 친구의 남편은 일주일 사이에 몸무게가 5kg이나 줄었단다. 다다미방에 다 함께 누워서 먹을 생각도, 엄두도 내지 못하는 날들이었단다. 내가 전화했을 때 통화할 수 없다던 친구가 며칠 지나서 소식을 전해줬다.


전화 통화를 하며 친구가 어떤 상황인지 확인하고 한시름 놓는다. 친구의 상황은 여전히 어려워 보인다. 몸이 편치 않은 친구의 어머니도 걱정된다. 아이들의 일정과 직장 일에 밀려 한국에 다녀가기가 만만치 않은 친구가 비행기표를 예매하고도 올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안타깝다.


짧은 일정으로 한국에 오는 친구를 만나 어린 시절 함께 먹었던 음식을 먹으려고 했다. 기차표도 예매하고 친구의 아이가 좋아한다는 간식도 선물로 샀다. 친구가 일본에서 사 먹을 때마다 행복해하던 강냉이도 함께 준비했다.


한국에 오지 못한 친구의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하는데 내가 아무것도 하기 싫다. 오랜만에 얼굴 맞대고 나누고 싶은 우정이 갈 곳을 잃어서인가. 넷플릭스에서 70부작의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다음 주에 함께 여름휴가를 가기로 했던 언니가 일정을 취소했다. 건강 문제가 발생했다. 건강검진센터에서 초음파를 찍다가 모양이 예쁘지 않은 혹이 있다는 말을 듣고 조직검사를 받았다. 일주일 후 조직검사 결과를 확인하러 병원에 갔는데 의사로부터 수술해야 할 것 같으니 큰 병원으로 가라는 말을 들었다.


인생은 뜻하지 않은 순간에 걸림돌을 만난다. 언니의 소식에 내가 걸려 넘어지는 줄도 모르고 넘어진다. 급하게 수술 날짜를 잡고 수술 전 검사를 받는 언니의 소식에 내가 늪에 빠졌는지 비를 맞고 있는지 구분이 안 된다.


언니가 만난 이번 걸림돌이 어떤 메시지를 품고 있을까? 단순히 갱년기에 맞이하는 건강의 적신호라고 봐야 할까? 몸이 보내는 메시지는 내면과 연결하는 통로가 되곤 한다. 어린 시절 한 방에서 잠자고 생활하던 언니가 아무쪼록 이 터널을 잘 통과하기를. 언니의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지혜의 눈은 더 밝아지고 사랑으로 물들어 평화로워지기를.


코로나로 고생한 친구들과 몸의 질병으로 찬바람 세게 맞고 있는 언니를 위해 정갈한 마음을 모으고 싶다. 걸림돌은 넘을 수 없는 대상이 아니라 마주하고 돌아보며 새로운 연결이 이루어지는 기회의 문일 지도 모른다.


걸림돌을 넘었든 넘는 중이든 나까지 넘어져서 헤매지 않기를 바란다. 아끼는 사람들의 아프다는 소식에 넘어졌지만 내가 정갈한 몸과 마음으로 정화하면 좋은 에너지도 연결되지 않을까.


70부작의 드라마를 29회까지 시청하고 멈춘다.

언니에게 이게 좋을까 저게 좋을까 내 속에서 꼬리를 무는 생각을 멈춘다.

언니의 질병에 대한 자료를 찾는다.

치료 방법과 수술 전 확인해야 할 것들을 메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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