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작가 Oct 08. 2024

책을 만들고

첫인상

책 표지는 첫인상이다. 사람도 책도 첫인상이 어떠냐에 따라 관계가 결정되곤 한다. 책 표지 디자인과 색깔 선택할 때 좋은 첫인상을 꿈꿨다. 

    

책 만들기 6주 차에 참여하며 설렌다.

강의실 문을 열고 진열된 책 중에서 내가 만든 책을 찾기까지 1초도 걸리지 않는다. 

앗, 멀리서 봐도 표지가 내가 원했던 색감과 차이가 난다. 

내가 편집한 책 첫인상에 실망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출판기념회로 모이는 날. 

4주 차 수업하고 인쇄소에 넘긴 책 편집 파일이 6주 차에 디지털 인쇄된 책으로 내 손에 왔다. 책을 손으로 잡았을 때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고 후루룩 넘기기 좋다. 18편의 글마다 사진이 있어서 지루해 보이지 않는다. 내지 구성이 특별하지는 않아도 안정감을 주며 책답게 느껴진다. 자간과 행간 그리고 여백이 적절하다. 페이지 위치를 양쪽 끝으로 잡고 선을 그을 때 프로그램에 미숙해서 몇 번을 다시 했는지 모른다. 애먹은 페이지 넣기가 원하던 대로 정갈하게 나왔다. 그런데 표지 색깔이 생각보다 어둡고 광택이 불편하다. 컴퓨터 화면으로 본 색감과 다르다.  

   

내 안의 실망 그림자에서 눈을 돌려 함께 수업에 참여한 작가들의 책을 본다. 읽어보고 싶은 책도 있고 표지가 눈에 확 띄는 책도 있다. 그럴싸하다. 다양한 판형의 다양한 콘셉트다. 

보태니컬 아트를 하는 작가의 표지는 미술가의 향기를 머금고 있다. AI를 활용해 갓난아기 손 크기로 만든 책은 앙증맞다. 사춘기를 앞둔 자녀에게 주는 얇은 동화책은 엄마의 사랑을 책으로 눌러낸 듯하다. 자신의 성장기를 소설로 풀어낸 책은 표지의 하늘색만큼이나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가 궁금하다. 아내에게 쓴 편지는 코칭과 결합되어 흥미로운 제목으로 나왔다. 아버지 이야기를 녹였다는 수필은 정좌하고 앉아 읽어야 할 것 같다. 노란색 바탕에 수줍은 듯 서 있는 아이 그림과 제목에 섬세하게 색이 들어간 책은 표지가 따뜻하다. 

     

우리는 저마다의 책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추후 책을 어떻게 보완해서 내고 싶은지, 가격대는 얼마가 적절할지, 굿즈를 어떻게 만들고, 판매는 어떻게 할지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딸의 삽화에 엄마의 글로 엮은 책의 작가에게서 앞으로의 희망이 느껴진다. 밤에 잠 못 자며 오랜 시간 썼다는 시(詩)는 단어와 단어 사이에 곱씹어서 차곡차곡 쌓은 흔적이 느껴진다. 잠을 못 잔다고 말할 때 시인 목소리의 떨림이, 나의 고단했던 날 서점에 들어가 시집 한 권을 내리읽으며 눈물 흘렸던 기억이 떠오르게 한다. 시는 영혼을 울린다. 그래서 오랜 시간 묵히고 햇볕에 말리고 먼지를 털어내야 하나 보다. 시인의 밤이 고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인쇄소 견학 일정을 잡는다.

책 만들기 수업을 시작할 때 인쇄소 방문뿐만 아니라 1인 출판에 대해서도 긍정적이었다.    

 

세상에 두 권밖에 없는 책을 손에 쥔 오늘, 1인 출판에 대한 기대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책 만들기는 글뿐만 아니라 포토샵과 인디자인 등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하고, 종이의 질감과 코팅 여부에 따라 빛을 발하기도 하고 찬란함이 사라지기도 하는 섬세한 작업이다. 책 판매에 대한 영업력 또한 두말하면 잔소리다. 1년에 한 권의 책을 내려고 1인 출판을 시작하는 일은 책 편집, 판매, 보관, 세금 등 챙기고 능숙해져야 하는 일이 많아서 섣부를 수 있겠다.      


나만의 책 만들기 6주 일정이 끝났다.

설렘으로 시작한 책 만들기는 번갯불에 콩 볶듯이 빠르게 작업하느라 밤잠 설치는 날이 많았다. 누군가와의 인연을 꿈꾸며 제목 정하기에 마음을 모으고, 문장을 더 다듬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고 전체의 흐름에 따라 목차를 정하고, 사용할 수 있는 서체를 찾아 제목과 본문에 적용하며 읽기 편안한 책이 되도록 내지 구성을 미세하게 조정하고, 서지 정보를 앞에 넣을지 뒤에 넣을지 위치 바꿔가며 고민하고, 전체 페이지 수에 따라 들어가야 할 면지를 결정하고, 인쇄소로 파일을 보내기 직전까지 표지 작업을 만지작거렸다.     

 

내 책의 첫인상 표지가 아쉽다. 광택을 넣지 말 걸 하는 생각이 든다. 표지 색깔이 인쇄되었을 때와 컴퓨터로 볼 때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가 작업하며 뭔가를 빼먹었나 싶다. 앞으로 책 만들 때 나의 표본이 될 것 같다.


글 쓰는 것만큼이나 책 만드는 과정도 정성이 필요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