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시도 그 이후의 일상 1
엄마가 자살을 했단다.
다행히도
그녀는 생애과업에서 자주 그러했듯 이번에도 실패했다.
내게 다행인 일이 그녀에게도 다행인지를 몰라서 눈물 조차 나지 않았다.
다만 어떤 것인지 형용할 수 없는 수만 가지의 감정이 나를 덮쳤다. 그 파도에 나는 멍하니 마음속을 더듬거렸다. 온갖 것들이 소용돌이치는 중에 가장 크게 걸린 것은 원망이란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살리는 일을 하면서 정작 내게 생명을 준 이에게 이토록 무심했구나.
나 자신이 우스웠다. 이런 일을 할 자격도 없다. 회사에는 곧장 휴직계를 제출했다.
울음 없이 어머님, 이라는 단어를 회사에서 꺼내는 게 참 힘들었다.
연이어서 잇닿는 감정 끝에는 결국 엄마에 대한 원망이었다.
언제나 밝은 체만 하는 그녀가 원망스러웠다.
돌이켜보면 그녀가 어두운 때라곤 없었다.
영업을 하는 그녀가
첫 번째 결혼에 크게 실패한 그녀가(*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머리부터 발 끝까지 아프지 않은 곳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는 그녀가
언제나 밝은 모양인 것은 그녀의 상황에 어울리지 않았다.
그녀의 생애주기 동안 넘치는 사랑이 있었던 것도
결핍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엄마는 늘 내게 밝은 모습이었다.
특히 힘든 일이 있을 때 더욱 그러했다.
"내가 내 돈 벌어서 옷도 못 사겠니? 엄마랑 쇼핑가자, 엄마가 우리 딸 예쁜 원피스 한 벌 사줄게!"
"요즘 어디 좋은데 없니? 기분전환하게 드라이브나 가자!"
그녀가 과하게 밝은 척을 하는 날에는
캐물어도 말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묻지 않았다.
그냥 그 장단을 맞춰주려고 함께 웃고, 웃어주려고 하고, 웃기려고 하고 그랬었다.
아주 웃기는 모녀였다.
그러니 눈물 한 방울 나지 않을 수밖에.
"많이 아팠겠다. 그동안 혼자서 얼마나 아팠어."
나는 건조한 눈으로 그녀의 눈 대신 잔인하게 잘라진 손목인대만 바라봤다.
깊은 상처를 감히 손대지도 못한 채 위로한다.
"앞으로는 좋은 일만 말하지 말고.. 안 좋은 일도 말해.
나쁜 일은 말로 꺼내야지만 마음속에서 조금이라도 나가니까.
마음속에 꽁꽁 숨겨두면 없어지는 게 아니야. 결국엔 썩어서 마음을 더 상하게 만들잖아."
이게 뭐야, 속상하게. 중얼중얼 거리는 내 목소리에 오히려 눈시울이 붉어진 건 엄마 쪽이었다.
"미안해.. 잘못했어."
"엄마가 잘못한 건 딱 하나야. 그동안 말하지 않은 것. 그거 말고는 잘못한 거 단 하나도 없어. 고마워." 살아줘서.
끝의 말은 속으로만 삼켰다.
사실 나쁜 일을 마음속에 꽁꽁 가둬두는 버릇은 엄마에게 물려받은, 일종의 가족력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