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차 -
스토리보드 작성 & 역할 분담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 알아가기

by 오리걸음

이번 주 수업은 지난 시간에 작성했던 글을 토대로 스토리보드를 완성하고,

역할을 나누고, 필요한 소품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1교시 – 스토리보드 그리기


도입 (10분) - 샷이란? 스토리보드란?

스토리보드를 그리기 위해서는 '샷'이라는 개념부터 아이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여러분, '샷'이라는 말 들어본 적 있나요?"

질문을 던지자 교실 여기저기서 손이 올라갔다.


"아샷추요!"

"아이스티에 샷 추가하는 거요!"

"헤드샷이요!"

예상했던 대답들이었다. 아이들에게 '샷'은 아이스티나 게임 용어로 더 익숙하다.


"맞아요, 그것도 샷이에요. 그런데 영화에서 샷은 조금 다른 의미예요.

영화에서 샷이란 카메라 녹화 버튼을 누르고, 다시 눌러서 녹화를 멈추기까지의 한 장면을 말해요.

쉽게 말하면 '하나의 장면'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샷의 종류 – 화면에 인물을 어떻게 담을까?

"샷에는 여러 종류가 있어요. 한 화면 안에 인물이 얼마만큼 담기느냐에 따라 나뉘는 거예요."


PPT에 예시 이미지를 띄우며 8가지 샷을 순서대로 설명했다.

익스트림 클로즈업 → 눈, 입 등 얼굴의 일부분만

클로즈업 → 얼굴 전체

바스트 샷 → 가슴부터 위

웨이스트 샷 → 허리부터 위

니 샷 → 무릎부터 위

풀샷 → 인물 전체

롱샷 → 인물과 주변 환경

익스트림 롱샷 → 인물이 작게, 배경이 넓게


각각의 개념을 설명한 뒤, 학생들에게 가벼운 퀴즈를 냈다.

"주인공이 슬퍼서 엉엉 울고 있는 장면은 어떤 샷 사이즈로 촬영하면 좋을까요?"

"클로즈업이요!"

"바스트 샷이요!"


"좋아요! 왜 그렇게 생각했어요?"

"인물을 크게 담아야 보는 사람도 좀 더 같이 슬퍼지는 것 같아요!"


학생들이 스스로 답을 찾아냈다.

이런 식으로 몇 가지 퀴즈를 더 내니,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각 샷 사이즈가 주는 효과가 다르다는 걸 이해하기 시작했다.


스토리보드란?

이제 본격적으로 스토리보드에 대해 설명할 차례다.

"스토리보드는 영화를 만들기 전에 그리는 '계획표' 같은 거예요.

어떤 장면을 어떻게 찍을지 미리 그려보는 거죠."


스토리보드 예시를 보여주며 설명했다.

실제 영화 제작 현장에서 사용하는 스토리보드 이미지를 보여주니,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와, 진짜 영화 만드는 것처럼 하는 거예요?"

"그렇지! 스토리보드가 있으면 훨씬 더 퀄리티 높은 영상을 만들 수 있어요."


그런데 예상했던 반응이 나왔다.

"선생님, 저 그림 못 그리는데요..."

"저도요. 그림 그려야 해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졸라맨으로 그려도 돼요.

대신 어떤 인물인지 꼭 적어주고, 옆에 설명하는 칸에 자세히 적어주면 돼요."

아이들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


전개 (30분) – 스토리보드 작성

"이제 조원들끼리 분량을 나눠서 스토리보드를 그려보세요."

아이들이 작업에 들어갔다. 교실은 다시 열심히 그리는 소리, 상의하는 소리로 가득 찼다.


조별로 돌아다니며 스토리보드를 살펴봤다.

대부분의 조에서 비슷한 문제가 보였다.

하나의 상황을 꼭 1개의 장면으로만 촬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친구에게 사과한다'는 장면을 그릴 때, 두 사람이 서 있는 풀샷 하나만 그려놓은 것이다.

한 조에 다가가 물었다.

"이 장면에서 제일 중요한 게 뭐예요?"

"주인공이 미안하다고 말하는 거요."

"그럼 주인공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보여주면 어떨까?

그리고 사과를 듣는 친구의 표정도 따로 보여주고."


"아, 그렇게 해도 돼요?"

"물론이지! 하나의 상황을 여러 개의 샷으로 나눠서 보여줄 수 있어요.

주인공의 떨리는 손을 클로즈업으로 보여준다든지,

주변 친구들의 반응을 보여주는 장면을 넣어도 좋고."


이런 식으로 돌아다니며 조언을 해주니, 아이들의 스토리보드가 점점 더 풍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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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교시 – 역할 분담 / 소품 준비 & 정리

예상대로 대부분의 조가 스토리보드를 완성하지 못했다.

그래서 일부러 이번 주 수업은 넉넉하게 계획을 세웠다.

"아직 다 못 그린 조는 20분 더 작업해도 돼요."


완성한 조부터 차례대로 역할 분담에 들어갔다.

"이제 역할을 나눠볼 거예요.

감독, 촬영감독, 슬레이터, 배우. 편집은 나중에 다 같이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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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하기 싫어요 – 매번 마주하는 난제

역할을 나누는 시간, 예상했던 문제가 발생했다.

"선생님, 저희 조 아무도 배우 안 하려고 해요."

"저 카메라 할래요."

"저도 감독 할래요."

"배우는 절대 싫어요!"

아무도 카메라 앞에 서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럼 공평하게 가위바위보로 정하세요."

대부분의 학생들은 가위바위보 결과를 받아들이고 다시 열심히 참여했다.

하지만 몇몇 아이들은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한 아이가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선생님, 저 정말 못해요. 카메라 앞에 서면 너무 떨려요.“


이럴 때는 강요할 수 없다. 대신 다른 방법을 찾아준다.

"그럼 얼굴이 최대한 안 나오게 촬영 구도를 바꿔볼까?

아니면 마스크 쓰고 촬영하는 건 어때?"

아이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마스크 쓰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영화 수업의 가장 큰 난관

사실 영화 만들기 수업을 할 때마다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학생들이 영상에 출연하기 싫어할 때.


요즘 아이들은 유튜브나 틱톡을 보며 자라지만, 정작 자기 얼굴이 찍히는 것에는 굉장히 민감하다. 친구들 앞에서 연기하는 것도, 나중에 그 영상을 다른 사람들이 보는 것도 부담스러워한다.


그런데 더 난감한 경우도 있다.

지난 시간에 이야기를 쓸 때는 신나게 로맨스 장면을 넣자고 하던 아이가,

정작 본인이 배우 역할을 맡게 되니 갑자기 태도가 바뀌는 것이다.


"선생님, 저 이 장면 하기 싫어요."
"어? 지난 시간에 네가 이 장면 꼭 넣자고 했잖아."
"그건 다른 애들이 하는 거고, 제가 하는 건 싫어요."


이야기를 만들 때는 모두가 '관객'의 입장이다.

재미있을 것 같은 장면, 멋있어 보이는 장면을 마음껏 상상한다.

하지만 막상 자기가 그 장면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고백 장면, 싸우는 장면, 우는 장면...

종이 위에 적을 때는 신나던 이 장면들이 실제로 연기해야 할 때는 갑자기 부끄럽고 창피한 것이 된다.


더 힘든 건,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다.

한 조에서 목소리가 커졌다.

"야, 내가 감독 할래. 너 배우 해."

"싫어, 나도 감독 할 거야."
"그럼 누가 배우 해? 너 해."
"왜 내가 해? 너 해."


결국 아무도 배우를 하지 않겠다며 실랑이가 벌어진다. 그러다 한 아이가 말한다.

"쟤 시키면 되잖아. 쟤는 원래 잘하잖아."


가장 조용하거나, 거절을 잘 못하는 친구에게 배우 역할을 떠넘기려는 것이다.

그 아이는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만 숙인 채 있다.

이럴 때 나는 개입할 수밖에 없다.

"잠깐, 그건 공평하지 않아요. 역할은 모두가 합의해서 정해야 해요.

한 명에게만 힘든 역할을 떠넘기는 건 안 돼요."

"그럼 선생님이 정해주세요!"


하지만 내가 정해줘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억지로 맡긴 역할은 결국 제대로 수행되지 않고, 조 전체의 분위기가 나빠진다.


또 다른 경우도 있다. 자기가 주인공을 하겠다며 고집을 부리는 아이.

"저 주인공 할래요. 왜냐면 제 이야기니까요."
"근데 우리도 같이 만든 이야기잖아."
"아니야, 이건 제가 생각한 거예요!"


4~5명이 함께 만든 이야기인데, 한 명이 독점하려는 순간이다.

다른 친구들은 어이없어하고, 분위기는 냉랭해진다.


협력이 아닌 경쟁이 되어버릴 때

이런 순간들을 보면 아이들에게 '함께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느낀다.

영화는 혼자 만드는 게 아니다. 감독도, 배우도, 촬영감독도 모두 필요하다.

누군가 하나라도 빠지면 완성할 수 없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직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이럴 때 나는 실제 영화 제작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러분, 〈기생충〉이라는 영화 알죠?

그 영화의 감독님이 봉준호 감독님이에요. 근데 봉준호 감독님 혼자서 그 영화를 만들었을까요?"

"아니요!"

"맞아요. 배우들, 촬영감독, 조명감독, 미술감독... 수백 명이 함께 만들었어요.

그리고 그 모든 사람들의 이름이 영화 끝에 나와요. 감독만 중요한 게 아니에요. 모두가 똑같이 중요해요."


그래도 아이들의 마음을 완전히 돌리기는 어렵다.


결국 선택은 아이들의 몫

억지로 시키면 수업 자체가 즐겁지 않게 된다. 그렇다고 배우 없이 영화를 만들 수도 없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아이들의 마음을 존중하되,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한다.

뒷모습만 나오게 하거나, 목소리만 출연하거나, 손이나 물건만 클로즈업하는 식으로.

또는 인형이나 그림자를 이용한 연출도 가능하다고 알려준다.


"배우가 꼭 사람일 필요는 없어요.

인형을 주인공으로 만들어도 되고, 손만 나오게 찍어도 돼요.

중요한 건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거예요."


그러면 몇몇 조는 아이디어를 얻어 새로운 방법을 찾아낸다.

하지만 끝까지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조도 있다. 그럴 때는 솔직하게 말한다.

"만약 여러분 조가 끝까지 배우를 정하지 못하면, 영화를 완성할 수 없어요.

그럼 지금까지 준비한 게 다 물거품이 되는 거예요. 그래도 괜찮아요?"


그제야 아이들은 조금씩 양보하기 시작한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떻게든 합의점을 찾아간다.

결국 영화는 '함께 만드는 것'이니까. 누군가 억지로 하면, 그 마음이 화면에 고스란히 담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상처받은 관계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기다린다. 아이들이 스스로 답을 찾을 때까지. 비록 시간이 오래 걸려도.




소품 준비 &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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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이 정리되면, 이제 각 장면별로 필요한 소품을 정리하게 했다.

소품 이야기를 하다 보면 또 위험한 것들을 가져오려는 아이들이 있어서,

미리 안전 수칙을 상기시켜줬다.

수업 마무리 – 촬영 전 안전 교육

수업을 마칠 때, 아이들에게 중요한 공지를 했다.

"다음 주부터 촬영을 시작해요. 그런데 촬영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뭘까요?"

"재미있게 찍는 거요!"

"멋지게 찍는 거요!"

"그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에요.

뛰어다니다가 다치거나, 위험한 장소에서 촬영하거나, 친구를 밀거나 하면 절대 안 돼요.”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 3주차를 마치며

스토리보드를 그리고, 역할을 나누고, 소품을 준비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계획이 필요하고, 역할이 필요하고,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무엇보다, 모두가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음 주, 아이들이 카메라를 들고 어떤 장면을 만들어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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