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이 오빠가 많이 아팠다. 피부에 종기가 생기고 곪더니 터져버렸다. 고름이 나고 피가 조금씩 묻어났다.
성인병인듯했다. 살이 찌고 피부에 이상이 오고 숨은 헐떡거렸다.
엄마가 병원으로 데려갔더니 피부는 절개해서 피고름을 없애고 꿔 매야 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해서 수술시키려고 입원을 시켰다.
병원에서의 하루는 크림이 오빠를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수술은 잘 됐다고 했는데 입술이 파래지고 가쁘게 숨을 쉬는 모습이 상태가 영 안 좋았다.
입원을 시키고 온 엄마는 걱정이 많았다. 늘 옆에서 애교 부리던 크림이 오빠가 없으니 집안이 썰렁해졌다.
그렇게 꿈자리도 안 좋았는데 뒤척이듯 밤을 보내고 일어날 때쯤인듯하다.
새벽녘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크림이 오빠가 하늘나라 갔다고...
잘 치료하고 깨끗이 나으라고 보낸 병원에서 이런 비보가 올진 아무도 생각 못 했다.
엄마는 도저히 크림이 오빠를 데리러 갈 수가 없었다. 출근하시는 아빠를 대동하고 병원을 가셨고 한참 지난 뒤 커다란 상자를 안고 오셨다.
참혹한 마음으로 박스에 담긴 크림이 오빠를 안고 왔다. 살아 있을 때랑 별다르진 않았지만 이미 굳어 있었고 눈은 가려져 있었다. 종이에 감싸져 박스에 고이 담겨 온 크림이 오빠를 더 이상 볼 수는 없었다.
병원에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했고, 밤새 고비를 못 넘겼다고만 했지만 사람이 아니라 별로 신경 쓰지 않은 게 아닌가 의구심이 생겼다.
크림이 오빠 나이 8살, 건강하면 더 오래 살 나이인데 안타깝게 됐다. 아무래도 내 밥을 욕심껏 먹어서가 아닐까? 낮에 어른들이 없는 틈을 타서 마음껏 먹었는데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 같았다.
엄만, 그저 맛난 거 많이 먹이는 게 사랑인 줄 알았다며, 그게 아니었다며 눈물을 흘리셨다. 낮에 너네끼리 있어서 보상 차원에서의 맛난 음식을 해 줬는데 건강을 더 나쁘게 만든 원인이 되었다며 뒤늦게 후회를 하셨다. 고기 삶아주고 간식 줬던걸 뿌듯해하셨는데...
"크림아 미안하다~~~" 엄마는 매우 슬퍼하셨고, 아빠는 우리 집 뒷산에 고이 묻어줬다. 애완동물을 무척 사랑하지만 이런 이별 앞에서는 마음이 무너진다.
"크림이 오빠~~"라고 불러본다. 많이 의지했는데, 또 나 어릴 때 많이 돌봐줬는데...
또랑이는 아는지 모르는지 다다다 뛰어다닌다. 역시 또랑이다.
우리 집은 정말 조용해졌다. 낯선 사람이 오면 막 짓는 크림이 오빠도 없고 나랑, 또랑이는 짓기는커녕 구석구석 숨어 다니니 절간 같았다.
그리고 여전히 또랑이는 산책을 나다녔다.
집에서 지내는 게 난 무엇보다 좋았고 잠시 대소변 보고 싶을 때 만 밖에 나갔다.
우린 그렇게 서로 달랐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때쯤에 크림이 오빠를 보냈고 어느덧 가을이 찾아왔다. 하지만 오빠가 그리워 산을 마냥 바라보기만 했다. "잘 자고 있지? 크림이 오빠, 편히 잘 지내고 하늘나라에서 맛난 거 많이 먹어~~"
"응"이라고 들리는 오빠 목소리도 없으니 매우 슬펐다. 왕왕 짖어야 되는데...
가을은 시원했고 낙엽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운 크림이 오빠를 조금은 잊어질 때쯤이었다.
또랑이의 외유는 늘 순탄했기에 모두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잘 싸돌아다녔다. 어딜 그리 갈 곳이 많은지 초롱초롱한 눈매는 어디 장난칠 곳이 없나? 하고 다니는 듯했다.
그런데 어느 날.
또랑이가 집으로 왔는데 비실비실했다. 어쩐 일인지 모두는 알 수가 없었다.
좀 지나니 또랑이의 오른손이 퉁퉁 부었다. 자세히 보니 이빨 자국 같은 두 개의 뾰족한 자국이 있었고 피가 맺혀 있었다.
아마도 뱀에게 물린듯하다. 또랑이가 알려주면 좋으련만 뭔 말을 안 하니 짐작할 도리밖에 없다.
왼손, 오른손이 비교가 될 만큼 크게 부었다. 엄마는 한 시라도 안심하고 살 수가 없다며 응급으로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병원에서 상처에 소독도 하고 주사도 맞고 안정을 취한 뒤 집으로 데리고 오셨다. 약도 처방받아서....
너무 붓기를 심하게 그렸나? 이후 또랑이의 용감했던 성격이 조금은 누그러지고 소심해졌다.
죽을 고비를 넘긴 것이다.
"또랑아~ 제발 조심 좀 하고 살자!! 우리 오래오래 살아야잖아~"
태어난 이후 몇 날 며칠 이렇게 조용히 누워있는 모습은 처음 보는듯했다.
ㅡ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