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치즈'라는 고양이 ㅡ 7

또랑이는 한동안 조용했지만 제 버릇 남 못 주듯 또 나다니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다친 곳은 며칠 지나니 부기가 가라앉고 생기도 돌았다.

가을엔 뱀들이 겨울잠 자기 전이라 사납고 먹이를 충족하기 위해 안간힘을 쓸 때라 늘 조심을 해야 한다.

이번 또랑이의 경험은 뱀이 얼마나 무서운 줄 알았을 거다. 제발 조심 좀 하자~~~ 또랑아.

겨울이 왔다. 눈이 오는 날은 엄마가 출근을 못하는 날이다. 우린 함께 해서 좋지만 엄마는 사무실이 걱정되는지 핸드폰을 쥐고 다니신다.

12월 크리스마스 즈음 언니가 있는 호주로 10일간 엄마, 아빠가 여행을 가시는 날이었다. 그래도 오빠가 있어 우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호주는 여름이라 짐을 싸시며 수영복 등을 챙기셨고 딸에게 줄 물건들을 바리바리 싸셨다. 언니 만나면 참 좋겠다.

이쁜 언니를 못 본 지 오래다. 외국에서 잘 보내고 있겠지?

엄마, 아빠는 새해맞이를 그곳에서 보내고 오신다.

오빠랑 집은 잘 지키고 있었지만 일상은 똑같았다. 아침에 우리 밥 주고 나간 뒤 저녁 늦게 왔고 그때 변기통 모래를 갈아줬다.

겨울의 산골 집은 어둠이 빨리 찾아왔고 산속 동물들의 소리는 더 잘 들렸다. 고요해서 그런 듯.

새들이 지저귀고 밤새 부엉이가 부엉 거렸다.

또랑이도 큰 사고 없이 잘 지냈다. 어른이 없는 것을 아는지 스스로 조심하고 살았다.

10일이 지난 뒤 엄마, 아빠는 먼 길을 달려 집으로 오셨다. 딸이 호주 곳곳을 여행시켜 줬다며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도착 하루 뒤 외할머니가 위독하다는 비보를 접하고 다시 부산으로 가는 먼 길을 나섰다. 연세가 많으셨지만 잘 지내셨는데 고관절 수술을 감행하시다가 노령으로 이겨내질 못하시고 돌아가셨단다. ㅜㅜ

호주에서 돌아온 다음날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그렇지 않았으면 급히 날라 오느라 무척 고생했을듯하다.

정신없는 겨울을 보내며 나는 집안에서 따뜻한 햇살을 바라보며 한 겨울을 보냈다.

어쩜 큰 사고 없이 세월을 보내는 것은 행운일 수도 있다.

또랑이는 이제 나보다 훨씬 서열이 높은듯했다.

엄마가 밖 덱에 방석을 두게 만들어 주셨는데 하나는 위에 그 아래에 하나 이런 식으로 만들어 주어서 당연히 연장자인 내가 위쪽 방석에 앉아 있을 걸 생각하셨다. 하지만...

난 또랑이를 이기지 못한다. 떡 하니 또랑이는 위에 있는 방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ㅜㅜ 그래 내가 아래 방석에 앉으마...

어찌 또랑이를 이기겠는가?

밖에 있을 땐 방석에 앉아 햇볕을 즐겼다.


우리의 서열이 어찌 됐든 난 또랑이를 많이 감쌌고 또랑이는 저 하고 싶은 데로 하고 살았다.

둘이라 그래도 즐거웠다. 길 고양이가 나타나면 또랑이가 싸워 이겼다. 그럼 멀리 도망간다. 하루는 앞집 고양이 '벌'이라는 수놈이 놀러 왔다. 우리가 암놈이라 온듯한데 또랑이 기세에 쫓겨났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날렵했다.

난 엄마에게선 똑똑한 치즈라고 불리기도 했다. 츄르를 줄 때 "손" 하고 말하며 엄마가 손을 내밀면 난 냉큼 내 손을 올릴 정도로 익숙해져 있었다. 오른손, 왼손 다 되었다. 또랑이는 꿈도 못 꿀 일이었다.

먹이로 유혹하니 안 할 도리가 없다. 굴러라고 하면 그럴 판이다. ㅎㅎ

츄르는 왜 이렇게 맛나는지... 멀리서 츄르 비닐 소리만 나도 알아차리고 달려간다.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난, 사족을 못썼다. 너무 맛있다. 츄르만큼은 또랑이에 뺏기기 싫어 냉큼 받아먹어 버린다.

점점 살이 쪄서 배가 축 처졌다. 하지만 사료만 먹는 나는 다른 병 없이 잘 자랐다.

동네 길고양이들은 한동안 보이지 않다가 나타났는데 귀가 잘려있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나라에서 개체가 늘어나면 감당이 안 되니 중성화 수술을 하고 표시로 귀를 자른 다음 내 보내는 씩이었다.

우리 또랑이 같은 근친 간 사이의 돌연변이도 더 이상 안 나올듯하다. 한동안 온 마을에 비슷비슷한 고양이들이 많이도 생겨났었는데 이젠 더 낳지 않겠지?

웬걸 어느 집 마당에 새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중성화 안된 어미가 어디 있었나 보다. 얘네들은 도로변에 누워 차를 피할 생각도 안 한다. 아이고...

마을 분들은 그런 고양이들을 미워하거나 쫓지 않고 밥을 줬다. 나라에서 나서지 않았다면 고양이 천국이 되지 않았을까?

우린 엄마가 해줘서 그런 걱정 없이 잘 살고 있는 것이다.

이쁜 모습으로.....

이런 게, 착하고 어진 나의 모습이었다.





ㅡ 계속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