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치즈'라는 고양이 ㅡ 8

그리고 난 현재 10살이 되었다.

밖에서 놀다가 깡패 같은 길고양이에게 당했다. 엉덩이 오른쪽이 찍혔는데 곪아 점점 상처가 깊어갔다.

처음엔 엄마가 소독과 연고를 발라줬지만 터져버렸다. 그 치료를 하기 위해 동물 병원으로 가야 했다.

엄마는 출근길에 나를 케이지에 넣고 차를 태웠지만 난 자유로웠던 영혼이라 너무 갑갑했다. 운전해서 20분 거리인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계속 야옹거리고 손으로 케이지를 긁었다.

케이지가 어릴 때 것이라 좀 작았고 문도 약간 고장 나 있었다.

박박 긁으니 문이 살짝 밀려 들어왔다.

엄마는 가만히 있으라고 소리 질렀지만 난 더 야단을 떨었다.

결국 왼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오른손으로 케이지를 잡으며 간신히 운전을 하셨다.

다 도착해서 내릴 준비를 했다. 마침 의사 선생님도 마중 나와 저~기 서 계셨다.

엄마는 케이지를 다시 고정시키려고 했지만 모두 오픈해서 다시 잠가야 하는 사항이라 그냥 손으로 막고 차에서 내렸다.

차 문을 잠그려고 왼손을 떼는 순간 나는 쏜살같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엄마의 다급한 손이 내 상처에 닿았고 잡으려는 힘이 가해지며 상처는 더 커져버렸다. 순간 엄마의 움찔 함에 난 그대로 달아나 버렸다.

의사 선생님도 멀리서 보며 "아이고 어쩌노?" 하셨지만 난 구석으로 달아난 상태였다.

엄마와 의사 선생님이 찾으러 다녔지만 숨어있는 날 찾지는 못했다.

엄마가 안타까워 방방 뛰었다. "선생님 어떡해요? 우리 치즈 찾아야 하는데 상처가 심해 치료해 줘야 하는데..."

멀리서 엄마의 흐느끼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의사 선생님은 "이렇게 도망간 고양이는 찾기 힘드니 잊고 출근이나 하세요!!" 하신다.

"그동안 길고양이가 편하게 잘 살았다. 도망간 것도 다~ 지 운명이다." 하시며 위로를 했지만 엄만 바로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한참 구석에 숨어 있으니 이제 소리가 안 들린다. 엄마 소리가...

주변이 도로 가라 차소리가 심하게 났다. 사람 소리, 다른 고양이들 소리, 심장이 놀라서 상처 난 부위의 아픔은 잊어버렸다.

저녁이 됐다. 엄마의 목소리가 또 들린다.

"치즈야~ 밥 먹자~~" "어디 있어?"

한참 소리가 들렸지만 난 오히려 움츠러들었다. 나가면 의사 선생님이 날 아프게 할 것 같았고 낯선 곳에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모든 게 두려웠다.

엄마 소리는 사라지고 다시 차 지나가는 소리만 들렸다. 엄만 가버린 모양이다.

깜깜한 밤.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몸을 좀 움직여 봤다. 상처는 계속 쓰라렸지만 다른 곳은 이상이 없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난 다행히 천막 속에 있었다.

흐르는 빗물을 마시고 싶지만 나갈 용기가 안 생겼다. 울 수도 없었다. 울면 누가 올 것 같았다. 숨죽이듯 가만히 숨어 있었다.

그렇게 난 버려진 듯 밖에서 밤을 지새웠다.

다음날 아침. 엄마가 또 왔다. 출근하시며 들리신 듯. 아예 내 밥그릇과 츄르와 밥을 챙겨 와서는 소리를 냈다. 밥그릇을 달그락 그리고 밥이든 비닐을 부스럭 그리고 밥알을 그릇에 붓는 소리를 내며 나를 계속 불렀다.

"엄마~~ " 하고 나가고 싶었지만 생소한 이곳에선 내 몸이 꿈쩍도 안 했다. 그냥 엄마 소리가 들리네. 할 뿐 어떤 행동도 할 수가 없었다.

멀리서 들으니 음료를 사다가 병원 인근 분들에게 드리며 혹시 상처 난 고양이 보면 꼭 병원에 맡겨 달라고 부탁을 하고 다녔다.

의사 선생님도 잠시 나오셔서 "아이고 또 오셨어?" 하신다.

엄마는 도저히 포기를 할 수 없다며 동물 병원 주변을 날 부르고 다니셨다. 많이 우셨는지 목소리도 탁해지셨다.

그래도 난 나갈 수가 없었다.

한참을 부르다가 소리가 사라졌다.

뒤늦게 살짝 나가봤지만 엄마 차는 가고 없었다. ㅜㅜ 난 어쩌지?

천막 속 창고는 볼트 자루가 쌓여 있었다.

주인아저씨는 내가 있는지 꿈에도 생각 못 한 듯 좁은 골목을 왔다 갔다 할 뿐 아무런 행동도 안 하셨다.

두 번째 깜깜한 밤을 구석진 곳에서 보내고 아침이 밝았다.

일요일 아침이었다.

멀리서 오빠 목소리가 들린다. "치즈야 어딨 어?" 엄마 목소리와 아빠 목소리도 들렸다. 온 가족이 다 온듯했다.

저 멀리 빌라 주변을 돌고 있는 듯했고 옆 폐가 인근도 돌고 있었다. 한참을 불러댔지만 난 못 나갔다.

엄마가 "아무래도 우리 치즈는 멀리 도망 못 갔을 것 같고 천막 세 군데를 샅샅이 살펴보자" 하신다. 츄르를 흔들고 밥그릇을 달그락 그리며 나를 불렀다.

내가 있는 천막은 일요일이라 주인이 문을 잠그고 가버렸다. 하지만 치마 들치듯 천막을 들치고 츄르로 날 불렀다.

늘 아빠가 하던 데로 먹이를 주며 "치즈야 츄르 먹자" 하는 음성이 너무 반가워 볼트 자루 쌓아 놓은 구석진 곳에서 뛰어내렸다.

아빠가 너무 놀라며 나를 잡았다.

"아고 치즈야, 네가 살 운명인가 보다. 이래도 안 나타나면 집에 가려고 했는데.. " 온통 몸은 거지처럼 거무튀튀해져 있었다.

나도 눈물이 났다. 낯선 곳에서 이틀 밤을 신경을 곧추세워 가며 있다 보니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물도, 밥도 너무 그리웠다.

세 명의 가족들은 너무 좋아했다. 찾아서 다행이라며...

의사 선생님께 바로 전화드렸지만 휴일이라 전화도 안 받으셨다.


일요일 오전에 나를 찾았고 집에 와 휴식을 취하며 밥도 먹고 변도 보고 좀 쉴 수가 있었다. 엄마가 상처 치료도 해 줬지만 덧난 상처는 더 심해져 있었다.

2박 3일간의 외유로 엄마가 많이 슬퍼하셨는지 나를 안고 너무 기뻐하셨다.

다음날 다시 병원으로 가야 했는데 이번엔 엄마 혼자 겁이 난다며 오빠랑 함께 케이지 없이 갔다. 차라리 난 이게 더 나았다. 뒷좌석에 앉아 오빠랑 조용히 갔다.

의사 선생님은 "어찌 찾았어요? 대단하네.. " 하시며 상처는 수술을 해야겠다며 마취주사를 주셨다. 스르륵 눈이 자동 감겼다. 깨어나 보니 링거를 맞으며 입원실에 누워있었다.



ㅡ 계속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