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하고 두 번째 맞는 가을이 되었다.
심어 놓은 유실수 나무들은 과일이 열리지 않았다.
엄만 분명 심자마자 열릴 거라고 하고 판매한 나무장수 얘기를 생각하며 기대를 엄청 한 듯했지만, 심드렁해졌다.
대추나무도 어렸지만 똑같은 수령에서도 남들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달았지만 우린 딱 한 알 맺혔다가 어린 열매는 떨어지고 말았다.
엄마의 속상해하는 마음이 나에게까지 전달되었다.
가을은 무척 짧았다. 몇 번의 시원함을 끝으로 싸르륵 추위가 왔다.
우리 세 명은 주로 집안에서 지냈고 가끔 밖으로 나가는 정도의 삶이었다.
앞집하고의 사이는 늘 좋지 않았다.
앞집 입구에 매달려있는 진돗개는 이름이 '금순이'였다. 엄마가 친해져 보려고 내려갈 때도 강아지 간식인 소시지를 주고 올라올 때도 인사를 했지만 금순이는 끊임없이 짖어댔다.
도저히 친해 지질 않았다.
손바닥에 간식을 놓고 편히 먹으라고 하고 싶었지만 이빨을 들어 내놓고 짖으니 엄만 겁이 나 던져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금순아~~" 하고 불러도 사납게 짖어대니 가까이 지내는 건 불가능했다.
언제쯤 꼬리를 흔들며 반길지...
그때쯤 앞집 아주머니는 엄마에게 먹을 거 함부로 주지 말라고 일침을 놓았다. 죄송하다고 하고 일단락되었지만 서로 간에 사이는 냉랭해져 버렸다.
어른들이 모두 출근하고 나면 우리들 세상이었다.
크림이 오빠는 점점 뚱뚱해졌고 또랑이는 몸집이 커졌다.
크림이 오빠는 밥을 주면 그 자리에서 다 먹어버린다. 아낄 줄을 몰랐다.
난 좀 먹다가 배부르면 남겨 놓았다. 그리고 저녁때 또 먹었다. 즉 조절이 가능했다. 또랑이도 그랬다.
엄마나 아빠는 그걸 몰랐던 것 같다. 저녁에 오면 낮에 우리들끼리 있느라 고생했다고 또 밥을 연신 주다 보니 과식을 했지 않았나?
저녁, 퇴근길엔 엄마가 마트에 들러 고기를 사 왔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고기를 세일하면 사 와서 삶아 먹였다.
할인하는 고기지만 사람이 먹어도 되는 고기였다.
사실 난 고기도 안 먹었다. 사료만 먹었다. 그것도 유기농 사료로 먹던 것만 먹는 경향이 있었다. 좀 까칠하고 시크하지 않았나? 싶다.
크림이 오빠랑 또랑이는 삶은 고기를 환장하며 먹었다. 바닥의 국물이 없어질 때까지 핥아먹었고, 그릇이 반질반질해져 버렸다. 설거지가 필요 없을 정도였다.
엄마의 마음은 알지만 점점 뚱뚱해지는 크림이 오빠는 무척 걱정이 됐다.
한겨울이 끝나 갈 때쯤 또랑이가 이상했다. 자꾸 울어대고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얘가 벌써 발정이 났나? 아직 아기 같은데...
맞다. 엄마도 감지하고 병원 갈 날을 잡았다. "또랑아 너도 수술하고 편하게 살자~~~"
한 날, 또랑이도 케이지에 실려 엄마 차로 떠났다.
그리고 배에 붕대를 감고 집으로 왔다.
"너도 수술했구나? 많이 아프지? 힘내~~~"
또랑이는 깔때기 때문에 배가 아픈 것보다 더 갑갑함을 느꼈다. 엄마는 나처럼 다락방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또랑이를 올려다 놨다.
그나마 겨울이라 따뜻한 다락방이 안식처가 될 수 있었지만, 또랑이는 그것도 갑갑해하다가, 어느 날 다락방에서 난간 사이로 빠져나와 1층 거실 소파 위로 뛰어내렸다. 모두가 얼마나 놀랬는지... 대단한 녀석이다.
집은 무척 따뜻했다. 밖은 눈이 오고 추웠지만 나무로 지어진 집이라 단열이 너무 잘 되었다.
산골 살림살이는 밤이 빨리 찾아왔고 또랑이가 회복이 되고 나서는 집이 또 활기가 넘쳐 났다.
또랑이는 꼬리가 'ㄷ'자 형태라 소변볼 때 소변이 잘 묻었다. 어떨 땐 내가 핥아 줄 때도 있지만 본인이 잘 해결했다.
아마도 엄마는 우리가 또 다른 새끼를 놓을까 봐 얼른 수술을 해주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늘 하는 말은 "앞으로 편안하고 자유롭게 살아라"라며 수술을 해 주신다.
불행인지? 행복인지? 아직은 알 수가 없지만 행복의 길이라 믿는다.
우리 셋은 각자 하는 행동이 달라 함께 막 돌아다니는 일은 별로 없다.
크림이 오빠는 주로 엄마, 아빠 옆에 붙어있고 난 2층 따뜻한 곳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또랑이는 오르락내리락 온 집을 헤집고 다닌다.
오죽했음 엄마는 철망으로 2층 계단을 막으려고 했을까? 하지만 그렇게 하진 않으셨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 모두는 건강하고 씩씩했었다.
크림이 오빠의 성인병이 하나씩 나타나고 또랑이의 거침없는 태도가 불상사를 만들기 전까지는....
ㅡ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