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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차오란 Nov 26. 2021

11월 25일 영화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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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부당한 것을 참지 못하고 세상의 억압을 뚫고 나가고 싶어 하는 송곳 같은 구석이 닮았었기에 공감의 공감이 계속되었고 얘기를 나누다가 해가 뜨는 것을 보고 들어간 적이 많았고 힘든 일이 있을 때에는 말없이 마음이 정돈될 때까지 담배를 피우며 서로를 기다려 주었다.

영화는 젊은 시절에 열심히 살아서 나은 삶을 살고 싶고 처자식을 위해서 희생하는 게 좋다고 했다.

영화가 떠나고 제수씨와 남은 두 아이는 어떻게 살아가게 되는 걸까


아내와 함께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아이들이 너무 어린 탓에 상주는 제수씨가 하고 계셨다.

제수씨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터져 나왔고 나는 요식업에 종사하다 보니 교회를 나가지 못한 지 오래되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기도를 드렸다. 영화가 편안한 안식을 취하게 해 달라고.

제수씨는 결혼을 축하한다고 청첩장이 나오면 꼭 달라하셨다. 그래야 영화도 기뻐할 거라고.



장자는 인위는 무위를 절대로 거스를 수 없다 하였다.

수명이 정해져 있다면 그것 또한 무위 일테지.

하지만 그렇게 32살의 두 아이 아빠를 데려가야만 했을까 야속함을 쏟아낼 대상이 없다.

 


영화에게 없는 오늘을 어떻게 값지게 보내야 할까 슬픈 마음이 갈 곳을 잃어 내 안에서 맴돌며 방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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