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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도전

심장이 쪼그라드는 그날의 기억


 나에게는 인생 통틀어 큰 도전이 여러 번 있었다. 그 도전을 이끈 가장 첫 번째 도전에 대한 내 기억을 떠올려 본다.

2003년 1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한국인 남자 대학생 둘, 태국인 여대생 하나, 그리고 한국인 여대생인 나까지 모두 넷이 뉴질랜드 남쪽 섬의 ‘야외 활동의 천국’이라 불리는 그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렌터카를 함께 빌리고, 여행자 숙소를 예약하여 넷이 나란히 차를 타고 도착한 퀸즈타운.

그곳에서 나의 첫 번째 인생 도전이 시작되었다.

겁도 없이 죽을, 혹은 기절할지 모를 그런 경험에 관한 결심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혹은 ‘히어로’라도 된 듯 멋진 상상을 오랜 기간 한 것도 아니었다. 사실, 함께 간 친구들 중 남자아이들은 그것에 관한 신나는 상상을 한 모양이었다.

일단, 나는 비디오 찍겠냐 라는 물음에 OK. 사진 찍겠냐 라는 물음에 OK. 그리고 서류에 ‘죽더라도 내 책임이다’에 OK. 몸무게를 재고, 48kg이라 적힌 내 팔뚝을 바라보며,

케이블카를 타고 절벽과 절벽 사이 컨테이너로 건너가며 주변을 바라보고서야 그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은 바로, 다름 아닌!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134m 번, 지, 점프!

그때까지 나는 왜 그 많은 여행 책자와 카탈로그, 포스터에서 그 무시무시한 상황과 현실을 자각하지 못했던 걸까?

나의 차례를 기다리며 내가 서 있던 그곳의 바닥이 투명이었기에 내려다보이는 절벽, 강바닥, 물줄기를 바라보니 순간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이 들면서 없던 고소공포증이 마구 밀려오며 등줄기가 오싹해져 왔다.

마침내 나의 차례가 가까워져 오자, 나에게 안전 끈을 채워주던 요원이 하는 말이 귀에 박혀 잊히질 않는다.

“어머! 6개월 만에 첫 동양여자분 에요!”

“네?”

그러고 보니, 함께 간 태국 친구는 당연히 ‘번지점프 같은 것은 하지 않겠 노라.’ 근처에도 오지 않았던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건장한 남자들도 덜덜 떨며, 중도 포기자들이 속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번지점프라는 134m라는 높이에 기겁하고 도망가기 일쑤. 이후, 한국에서 TV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들이 것보다 훨씬 나지막한 번지점프대 앞에서도 포기하고 돌아서는 것을 자주 보았다.

 퀸스타운에는 134m 번지점프대를 비롯하여 이병헌 배우 주연의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 마지막 촬영지인 카와라우강의 43m 번지점프대가 특히 유명하다. 그러나, 이곳은 43m도 아니고, 134m 아니던가?

그러자, 그런 생각 저런 생각도 없던 나는 어느새 번지점프대에 올라서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일단 도전!

그때, 안전요원이 외친다.
“하나, 둘,”

나는 그때, “셋!”을 듣기도 전에 뛰어내렸다.

자칫, “셋!”을 기다리다 가는 숨이 넘어가겠기에.

그것이 나의 첫 인생 도전기이다!

심장이 쫄깃쫄깃, 그냥 이대로 죽을지도 모를 그 섬뜩함에 아직도 머리가 쭈뼛쭈뼛 선다.

하늘을 나는 느낌이란 이런 걸까? 오싹오싹 그 느낌과 함께 한껏 들뜬 내 심장이 너무 크게 뛰어 내 귀에 스치는 바람 소리보다 훨씬 더 시끄러운 듯 들렸다. 떨어지는 시간이 왜 그리도 긴 것인지 단지 무섭다는 생각 그 이상이었다.

슈퍼맨이라도 된 것처럼 포즈를 취하는 다른 사람들을 보고 나도 그런 포즈를 취해 보겠 노라. 그 컨테이너에서 아주 잠시 생각했던 것조차 모두 다 허사였다.

한국에 돌아와서 그때의 비디오를 다시 본 적이 있다. 그 비디오에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최초의 번지점프부터 몇 컷을 보여주고는 마지막 장면에 “It’s your turn!”이라며, 나를 비춰준다.

그 비디오 속 나는 입은 한 컷 찢어 웃고 있으나 덜덜 떨며, 억지웃음을 지어 보인다. “둘!”에 호기롭게 하늘을 날며,


다리는 쭉 뻗지 못해 한글 기역을 그리며, 통통 퉁겨지는 하늘을 나는 ‘한 마리의 새’는 아니고, ‘새 총에 매달린 도토리’ 마냥. 그러고는 9초간 아주 길게 떨어진 후, 허리에 매달린 끈을 어떻게 든 살고자 당차게 풀고서 머리 위로 옮겨간 끈을 따라 똑바로 선 채 서서히 위로 끌려 올라갔다.

나를 지탱하는 건 오직 그 끈 하나뿐.

자유로우면서도 오싹한 그 경험!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그런데, 그날 이후 나는 뭔가 달라졌다.

가슴 뛰는 그 도전에서 무엇인가를 맛본 것인지 몰라도 호주로 뉴질랜드로 떠나기 전 암흑 속에서 한껏 좌절했던 내가 살아 있으니 그런 경험도 해 본다는 생각,


누구도 쉽게 도전할 수 없는 것을 해 내었다는 자신감.


그리고, 내가 꿈꾸던 자유로움을, 그것도 하늘을 나는 자유로움을 충분히 그 이상을 만끽했음을.

도전은 별다른 것이 없다. 작은 것. 그 작은 것이라도 성공과 실패에 관한 그 어떤 것의 두려움도 잊은 채 눈 꼭 감고 하고 싶은 일을 해 보는 것! 그럼으로써 얻게 되는 성취감이 하나씩 더해질 때마다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

그 성취감의 희열로 인해 나의 그다음, 그리고 그다음 도전도 계속되었다.

그게 무엇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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