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작은 정원이 연둣빛 물감을 풀어놓은 듯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신록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윤희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갔다. 새벽녘에 내린 비에 젖은 화단의 풀과 나무들이 신선한 풀 향기와 향긋한 흙 내음을 풍겼다. 나뭇잎에 아직 마르지 않은 물방울들이 햇빛을 받아 영롱한 빛을 내다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 또르르 굴러 툭툭 떨어졌다. 어디선가 참새 두 마리가 날아들어 조잘대다 휙 날아간다. 윤희는 가만히 서서 눈에 들어오는 마음의 풍경, 콧속을 파고드는 마음의 냄새, 마음의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에 몰두해 본다. 잠들어 있던 감각들을 깨워주는 이 고요한 순간, 그리고 머릿속이 명료해지는 이 찰나의 시간이 그간 자신의 비루했던 마음을 채워주고 있었음을, 윤희는 비로소 깨달았다. 사람의 감정은 여러 감각이 모여 만들어진다는 태수의 말이 불현듯 떠 올랐다.
마음의 슬픔이 말했다.
‘누구라도 힘들었을 거야. 힘들었던 기억과 감정은 그대로 다독여 흘려보내고 이제 거기서 걸어 나가자.’
마음의 불안이 말했다.
‘지금의 너를, 오늘의 너의 마음을 들춰보고 감정을 들여다봐. 네가 너를 보려는 걸 두려워하지 마. 네가 너를 품을 수 있는 마음이 커지면 무의식적으로 너를 흔드는 감정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
형체 없는 마음이 말했다.
‘마음을 탐색하고 짐작하고 다독여 주는 일은 내가 지금을 살아가는 힘이야. 내가 나를 보는 눈과 힘을 기르는 일은, 내가 나에게 말을 거는 것부터 시작하는 거야.’
정원과 카페를 이어주는 돌계단을 올라 카페 문을 열고 밤새 내려앉은 먼지를 닦아낸다. 윤희는 내면의 여러 마음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조용한 마음을 찾는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마음의 소용돌이에 휘둘려 제 자리에 서 있을 힘도 없었던 때, 윤희는 어둡고 긴 마음의 터널 속에서 자꾸만 고꾸라지는 다리를 부여잡고 걸었다. 언젠가 마음을 뚫고 들어올 빛을 마주하기 위해서.
윤희는 칠흑 같던 과거에서 탈피하고 새로운 여정, ‘지금’의 출발선에 다시 섰다.
그 마음이 말했다.
‘끝나지 않을 고통도, 행복도 없어. 무엇이든 유한한 감정임을 자각하는 순간, 모든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져.’
온몸을 꽁꽁 동여맨 밧줄이 한순간에 탁하고 끊어진 듯 숨통이 트였다. 윤희는 가슴을 들썩이며 크게 숨을 쉬었다. 그리고 입꼬리를 크게 올리고 희고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어 마음을 향해 크게 웃어주었다. 마음 정원의 수목 사이로 이제 막 생기가 감돌기 시작한 초여름의 햇살이 싱그럽게 빛난다. 앞으로 나아갈 마음의 열기를 달구기 시작한 마음의 주인장처럼.
어서 오세요.
마음과 대화하는 카페, 마음입니다.
지금, 당신의 마음을 바라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