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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네잎 Feb 25. 2023

책갈피에서 툭! 떨어진 시

- 요슈타인 가아더, 『소피의 세계』에서

바다의 표면이 고요하다고 해서 깊은 곳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힐데는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어쨌든 겉에서 움직이는 것은 생각이 아니다.     


- 요슈타인 가아더, 『소피의 세계』, 현암사, 2006, P451.




블랙 스완




객석에 앉아 내가 보고 있는 건

어쩌면 내 발끝


얘야, 무릎을 구부려라

누가 두 번째 백조인지 질문하지 마렴

감촉과 촉감처럼 어감의 차이를 알려 하지 말고

최후의 나머지로만 남을까 봐 전전긍긍하지 마라


생생한


마주르카 춤곡과

네거리에서 멈추지 않던 질주와 

서늘했던 아스팔트의 고집이 

내 발목을 친친 휘감는데

엄습하는 환상통, 마치 발가락이 있는 것처럼


무희들이 만들어내는

팽팽한 탄성

고요한 도약

나는 여전히 꿈속에서 발레화를 벗지 모솨는데


내가 산 꽃다발을 내가 안고

내 발끝을 세워본다

무대 위 너처럼


- 김네잎,「블랙 스완」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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