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창백한 푸른점의 우주시민이다.

칼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고

by SJ
출처 : NASA

무려 2주에 걸쳐 완독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매우 두꺼운 책이고 방대한 과학 지식이 적혀 있기 때문에 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책이 왜 스테디셀러이고 전세계적으로 많이 읽혔는지 알 것 같다. 이 책은 뛰어난 문명을 이룩한 인간의 존재에 대한 찬사이자 그런 인간의 존재가 나오게 해준 코스모스에 대한 존경의 대서사시이다. 책이 어렵게 느껴지기 보다 나는 칼세이건의 매력적인 문장력에 마음이 끌렸다. 진짜 우주와 인간의 존재를 사랑하시는 분이라는 것이 글에서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그가 현재의 찬란한 우주산업의 발전을 보면 어떤 책을 쓸지도 궁금하다.

원래 SF과학소설을 좋아하고 상상을 많이 하다보니 인간의 존재에 대해, 외계 생명체의 유무에 대해 공상을 했던 적이 많다. 칼세이건 박사님은 많은 사람들이 상상했던 것들을 실제로 실험하고 증명해 보인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알기 쉽게 풀어 썼고 전문 과학에 문외한인 나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이 쓰여진 지 벌써 18년이 지났다. 그 세월동안 우주과학지식은 엄청난 발전을 이룩해 왔다. 이 당시에 발견된 외계행성의 존재는 140여개였지만 현재까지 발견된 외계행성은 5000개가 넘었고 천문학자들은 2020년대 안에 수만개가 넘는 외계행성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것 외에도 현재의 수많은 과학 발견들이 책이 쓰여진 당시와 비교하면 놀라울 정도의 우주지식을 축척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닥다리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이 아직도 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이 책이 과학서적이 아닌 인문학서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이유들로 사람들은 살아가기 힘들어 하고 사소한 것들로 다투고 자만하며 전쟁-칼세이건은 핵전쟁을 극도로 반대하고 핵보유국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는다-을 일으킨다. 나 또한 살아가면서 온갖 감정들(사랑, 만족감, 불안, 행복, 이별, 질투, 슬픔)에 사로잡힐 때, 그것들로 인하여 마음이 불안정해질 때 우주를 생각하곤 한다. 엄청나게 무수한 은하들 중에서 태양계 은하의 변두리에 있는 지구라는 아주 작은 행성 속의 아주 미세한 나를 떠올려 본다. 지구라는 행성도 드넓은 우주 속에서 -칼세이건이 말했듯이- 창백한 푸른 점에 불과한데 하물며 그 안에 살고 있는 나는 얼마나 작은 존재던가.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을 느꼈다. 유시민 작가님은 이 책을 이미 여러번 읽었다는데 나는 과연 살아가면서 몇번을 읽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실 책의 모든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번 읽어야 하는 책인것 같긴 하다.

"우리는 모두 우주로부터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우주로부터 왔고 우주로 돌아갈 것이다."코스모스라는 책 안에 위의 문장에 대한 내용이 모두 담겨있다. 이런 책을 읽고 우주적 소양을 갖춘 인간들로 성장한다면 먼 미래에 -내가 죽기 전일수도 있을까?-고도의 외계 생명체를 만났을 때 부끄럽지 않은 우주 시민으로서 그들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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