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모 작가님의 위저드 베이커리를 읽고

달콤하기보다 씁쓸한 맛의 디저트

by SJ

구병모 작가님이 처음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던 책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제야 읽어보게 되었다. 읽으면서 아니 이게 청소년 문학이라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이 된 지금 처음으로 읽어서 그 심오한 의미 파악이 더 잘 되어서 그런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지만 청소년기에 읽었어도 독특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작가님의 특유의 문체에 동화적 상상력이 더해졌고 왠지 모를 음울한 내용이 잔혹동화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그 음울한 느낌이 질풍노도의 청소년기에 충분히 느낄만한 감정일 것이다.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 시기. 감수성은 최대로 예민해지고 그 시절은 내가 가장 불행한 것 같은 기분. 나의 청소년기도 그랬던 것 같다. 그런 청소년기의 감성에 잘 맞는 소설일 것이다. 언제나 밝고 희망한 미래만을 이야기하는 소설은 시시하니까!

책 속에 나오는 위저드 베이커리의 다양한 디저트들의 명칭과 쓰임이 재밌었다. 긍정적인 효과만을 적어놓는 동화 속의 디저트들과 달리 위저드 베이커리의 디저트에는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 따라야 하는 책임이 있다. 그 점이 참 좋았다. 자유에 따른 책임은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하는 것이 합당하기 때문이다. '브로큰 하트 파인애플 마들렌'을 설명하면서 상처를 빨리 잊는 것에 집착하는 사람은 그만큼 새로운 사랑도 무성의하게 시작하기가 쉽다는 조언을 하는데 그 문장이 와닿았다. 작가님의 책에는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가치관이 묻어나는 문장이 멋들어지게 쓰여 있을 때가 많아서 볼 때마다 감탄이 흘러나온다. 그런 문장이 또 있다. 65쪽에서 주인공이 눈물을 흘릴 때를 묘사하는 문장이 그렇다. 과하게 설명적인데 이상하게 그 설명이 마음에 딱 맞게 공감이 된다. 어떤 기분과 느낌인지 알 것 같다. 작가님은 이렇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미묘한 감정들을 잘 묘사하신다. 그래서 작가님의 문장은 어느 것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한마디로 수려하다고 해야 하나. 구병모 작가님의 책에 대해 독후감을 쓸 때 항상 문체에 대한 예찬이 나와서 민망하긴 하지만 나의 솔직한 느낌이 그런 것을 어찌할 도리가 없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주인공의 삶에 대한 연민이 계속 들었다. 그리고 그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위로해 줄 사람들은 위저드 베이커리의 초월적 존재들 밖에 없다는 것도 쓸쓸했다. 그러나 그는 과거와 현재에 머물러 있지 않고 스스로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현 상황에 대한 결과가 어떻든 간에 - 책 속에서는 두 가지의 평행 세계의 결말이 나왔지만 - 현재의 문제를 맞서는 사람으로 성장해 있다. 그것이 구병모 작가가 바라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아닐까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을 살면서 판타스틱하고 신비로운 디저트들의 힘을 빌리고 싶을 고난이 분명 있겠지만, 실상 그런 고민과 고난으로 가득 차겠지만 내 선택에 책임감을 가지고 결과를 받아들이고 현실에 맞설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는 것. 그리고 우리 모두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따뜻한 조언을 건네는 듯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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