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당신을 잘 아는가?

by 이정

내 방 창문을 열면 바로 앞에 옆집이 보인다. 그래서 햇빛은 따로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도 난 ‘낮인걸 인식할 수 있는게 어디야’라며 만족한다. 한가로운 마음 상태는 아니지만 한가로운 분위기의 오후 3시, 그리고 나를 시원하게 해주고 있는 선풍기가 있으니 나름 한가롭다고 말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렇다. 나에겐 딱 지금이 글쓰기 좋은 순간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컴퓨터를 켜고 딱히 푹신푹신하지않은 의자에 앉아 모니터 안의 흰 바탕만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글을 쓰기 전, 주제와 어느정도 틀을 계획하지만 아주 세세하게까지는 정하지 않는다. 글을 몇 편 쓰기도 전에 지쳐버렸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이후부터는 전체적인 틀만 잡고 무작정 글을 쓰기 시작한다. 하지만 쓰다가 생각에 잠기고, 또 쓰다가 생각에 잠기고 하는 시간은 꽤 많은 것 같다. 매일 생각만 해왔지, 본격적으로 글 쓰는 것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아직은 끊임없이 배우고, 시도하고 꾸준히 노력해야하는 단계인 것 같다. 물론 지금의 단계에서 뿐만 아니라 글은 쓸때마다 앞서 말한 3가지를 실천해야 하지만.


걱정과 불안이 워낙 많은 내가 유일하게 그 괴로움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딱 2기지가 있다. 하나는 피아노 연주, 다른 하나는 지금 하고 있는 글쓰기이다. 이 두 가지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마무리 단계에서 뿌듯한 미소가 절로 나온다는 점이다. 사실 이 점을 스스로 깨달았을 때가 불과 몇 개월 되지않았다. 스트레스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어서 온갖 취미활동을 알아본 적도 있었고 게으름뱅이였던 내가 아무 취미라도 시작해보기 위해 나의 기준에서 비쌌던 물건들 또한 구매한적이 있었다. 결과는 일주일도 가지 못했다. 그렇게 나를 위한 시간은 다시 점점 잊혀져만 갔고, 어느 한 날 소설을 읽다보니 나도 소설이 쓰고 싶다는 욕구가 마구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소설을 써 보자’라고 결심한 것도 아니었고 그저 무의식적으로 자리에 앉아 글을 써내려 갔었던 것 같다. 또 나는 서점을 무척 좋아해서 들어가기만 하면 책 구경으로 몇시간이 훌쩍 지나간 적도 많았다.





가장 어려웠던게 나 자신이었던, 혼란스러운 여러 경험들이 쌓여 어느덧 현재에 이르렀다. 지금도 나는 나에 대해 모르는 것 투성이이다. 그래서 매번 갈등도 많이 일어난다. 하지만 단순하게 생각해봤을 때 ‘생각을 잠시 멈출 때’, ‘좋아하는 취미’, ‘싫어하는 행동’ 등은 어느정도 알 것 같다. 그리고 사실 ‘취미’라는 것은 이리저리 찾으러 다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옆에 있었다는 점도 깨닫게 되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어떠한 대가를 받고 활동하지 않는 시간에, 무언가를 하면서 그것에 온전히 집중해 시간가는 줄 몰랐을 때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아는 것이 바로 당신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는 첫 발걸음이다. 무의식 속에서 했던 모든 행동과 생각이 당신을 나타내는 증거이고, 그 증거들을 깨우쳐 나 자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 간다면 ‘나는 나에 대해 잘 안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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