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창업자의 순간
"대표님은 회사 운영하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가 언제예요?"
작년 초, 우연히 만난 어떤 대표님이 건넨 질문이었다.
그때는 회사를 운영한 지 3년쯤 되던 시점이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물론 매 순간이 크고 작은 챌린지의 연속이었지만, 그 3년은 처음 수립한 철학과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멤버들과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간다는 분위기에 취해 있었던 것 같다. 힘들다는 감각보다, 생각하고 만들어야 할 일들이 늘 앞에 쌓여 있었다.
그런데 3년이 지나고 맞이한 작년 하반기는 달랐다.
지금 누군가 같은 질문을 다시 던진다면, 나는 주저 없이 작년 하반기라고 답할 것이다.
무엇이 나를 그토록 힘들게 했을까?
올해 그 시간을 다시 꺼내 들여다보면 두 가지가 떠오른다.
첫 번째는 번아웃이었다. 3년을 쉬지 않고 달렸으니,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두 번째는 자기 확신의 흔들림이었다. 이것이 더 힘들었다.
회사를 설립하면서 세웠던 가설들, 그 위에 쌓아 올린 비즈니스 설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그 질문이 마음 한가운데를 파고들었다. 다행히도 창업 후 3년 동안 멤버들 월급을 밀린 적은 없었다. 업력도 없는 회사가 처음 제안한 사업이 바로 매출로 이어지는 운도 따라줬다. 그렇게 작지만 단단하게 쌓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작년 하반기에는 제안서마다, 지원사업마다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하나둘 떨어지는 결과들을 받아 들이면서, 나의 비즈니스 모델이 과연 설득력을 갖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 의문은 생각보다 깊은 곳까지 흔들었다.
스스로 확신이 흔들린 사업자를, 어떤 파트너가 믿고 함께할 수 있겠는가. 그 생각이 꼬리를 물었고, 마음을 다잡는 일이 생각보다, 아니 굉장히 어려웠다.
그렇다면 그 시간을 지나온 지금의 나는 어떤가.
처음처럼 무조건적인 확신으로 가득 찬 상태라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사업을 운영하면서 그런 확신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싶기도 하다. 흔들리면서 보완하고, 부딪히면서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 그것이 사업을 만들어가는 과정의 본질일 수도 있으니까.
확신이 충만한 날에도, 그렇지 않은 날에도, 선택과 판단은 매일 눈앞에 놓인다. 그게 창업자의 일상이다.
지금 내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은 이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어는 흔들리지 말자!
어느 창업가 모임에서 10년 넘게 회사를 운영한 대표님이 조용히 말했다.
"저도 매년 한 번씩은 다 때려치우고 싶더라고요."
그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웃었다. 쓴웃음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솔직한 웃음이었다.
확신이 흔들리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온다. 다만 그것을 혼자 조용히 앓고 있는 사람이 많을 뿐이다. 창업자는 늘 단단해 보여야 한다는 암묵적인 압박이 있고, 그 안에서 흔들리는 자신을 들키지 않으려 애쓴다.
어쩌면,
흔들렸다는 것은, 그만큼 이 일을 진지하게 대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어는 흔들리지 말자. 멤버와 파트너를 설득할 수 있는 언어와 근거는 계속 단단하게 쌓아가자. 완성된 확신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만들어가는 확신으로.
사업을 만들어간다는 건, 어쩌면 스스로의 그릇을 빚어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처음엔 작고 얇던 그릇이, 깨질 듯 흔들리는 시간을 지나면서 조금씩 두꺼워지는 것처럼.
어쨌든 흔들렸다. 그래도 계속했다. 다시 흔들리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어가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