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스나이더에게 물린 좀비들
<저스티스 리그>의 스나이더 컷 공개로 많은 주목을 받았던 스나이더 감독은 같은 해 자신의 뿌리로 돌아가 좀비 영화인 <아미 오브 더 데드> 를 선보였다. 스나이더 본인이 원안, 감독 뿐 아니라 촬영 감독까지 맡은 작품이지만, (본작이 스나이더의 장편 촬영감독 데뷔작이라 한다) 의외로 그의 색채나 스타일이 덜 두드러진다. 초반부와 중반부의 액션 비중은 생각보다 낮고, <300> <왓치맨>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등에서 볼 수 있었던 어둡고 칙칙한 비주얼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왓치맨> <배트맨 대 슈퍼맨>에 이은 슬로 모션 오프닝 시퀀스(이쯤 되면 스나이더의 장기라 할 수 있겠다), 피 튀기는 후반부 액션 장면들을 보고 있으면 이것이 잭 스나이더 작품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좀비들로 가득 찬 라스 베가스에 돈을 훔치러 진입한다는 신선한 줄거리에 비해, 전체적인 텐션이나 쾌감이 강하지는 않다는 점이 아쉽지만, 그래도 오락 영화로는 가볍게 볼 만한 작품이다.
왕과 여왕의 존재로 특정 체계를 형성한 좀비, 호랑이 좀비 등 본작만의 참신한 설정들이 존재하며, 좀비들의 등장과 군대의 폭격으로 폐허가 되버린 라스 베가스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제우스’ ‘올림푸스’ 등의 이름들에서는 전작들에서 신화적인 연출과 서사를 드러내던 스나이더 감독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148분이라는 런닝타임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큰 단점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로봇 좀비, 반데로의 향후 행방, 타나카의 진정한 목적 등 후속작을 위한 떡밥을 많이 뿌릴 뿐 아니라, 스핀오프 프리퀄인 <도둑들> 이 같은 해 공개되었으며, 프리퀄 애니메이션 <로스트 베가스>와 속편 <플래닛 오브 더 데드> 까지 제작을 확정지었다. DC 유니버스에서 물러난 이후 스나이더의 또다른 비전과 야심이 돋보이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차기작에서는 더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며 조심스런 기대를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