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닮지 않은 친족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가 돌아왔다. 2015년 시리즈의 마지막이라고 공언한 <고스트 디멘션> 이후 6년 만의 후속작이다. 2014년 이후 중단되었다가 같은 2021년 돌아온 VHS 시리즈가 연상되기도 한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와 VHS 시리즈 모두 2010년대 초중반 흥행했던 파운드 푸티지 공포 시리즈라는 공통점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만족했던 VHS 시리즈의 귀환 <V/H/S/94>와 달리, <넥스트 오브 킨>은 별로 만족하지 못한 작품이었다.
<넥스트 오브 킨>은 이전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와는 연관점이 아예 없는 작품이다. 단순히 새로운 캐릭터들을 데리고 새로운 스토리를 선보일 뿐 아니라, 소재나 장소, 연출 면에서도 기존 시리즈와 차이점이 많다. 평범한 가정집에서 이야기가 펼쳐지는 대신 깊은 시골의 숲속까지 들어간다. 몇몇 장면에서는 파운드 푸티지 형식을 과감히 포기해 버린다. <파라노말 액티비티>라는 제목을 떼 버려도 딱히 이상할 점이 없을 정도이다.
이렇게 전작들과 많이 차이 나는데, 이걸 신선한 시도로 받아들이냐, 시리즈 전통의 파괴로 받아들이냐는 개인에게 달려 있다. 나는 이 시리즈의 '광팬'을 자처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이런 변화들에 대해 무감각했다. 시리즈 내부적으로 보면 약간 신선하다고 볼 수 있지만, 공포 영화 전체의 틀 내에서 보면 그렇게 신선하다고 보기 어렵다. 애초에 <넥스트 오브 킨>에서 공포물에서 보지 못한 신선함은 없다고 봐도 된다.
물론 공포 영화가 관객에게 먹혀들려면 꼭 신선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질리도록 우려먹은 소재를 쓴다 하더라도, 각본이랑 연출이 뒷받침되고 & 그 결과적으로 재미나 긴장감을 느끼게 하면, 즉 'execution'이 좋다면 잘 만든 공포 영화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넥스트 오브 킨>은 긴장감이 거의 없다. 캐릭터들이 무서운 상황에 놓이더라도, 귀신이 튀어나오더라도 이상하게 밋밋하다.
영상미 등 비주얼적인 면에서는 시리즈 중 가장 고급진 편인 데다, 로케이션 선정도 마음에 드는데 아무래도 각본과 연출의 문제인 것 같다. 긴장감이 조성되려 하다가 날아가 버린다. 그나마 있는 긴장감이라면,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둘러볼 때 '무언가 튀어나오지 않을까' 하는 긴장감. 허나 그런 긴장감은 쉽게 유발되어 쉽게 휘발되어 버리고, 그것만으로 좋은 영화를 만들기에는 역부족이다.
파운드 푸티지 공포 영화니 깜놀, 일명 '갑툭튀' 공포 역시 나온다. 보통 '갑툭튀'를 너무 많이 넣어서 내성이 생겨서 무섭지 않거나, 아예 짜증이 나게 만드는 공포 영화들이 많은데. <넥스트 오브 킨>은 의외로 예상만큼 '갑툭튀'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 날 놀라게 했던 갑툭튀도 분명히 몇 개 있었지만, 대부분은 예측 가능하거나 나오더라도 무섭지 않다. 영화 전반적으로 '무섭다'는 인상을 크게 받지 않았다.
후반부에서 집들이 다 불타고 사람들이 미쳐가는 모습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느꼈다. 이후 헛간에 들어가서 소 사이로 들어가고 괴물/귀신과 숨바꼭질을 하는 것 역시 '좋은 아이디어'였다. 이렇게 시각적인 측면, 컨셉적인 측면에서 좋은 아이디어들이 보였으나, 그 아이디어들만으로 좋은 영화를 만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영화의 결말부에 다다르면 속편을 또 만들어 계속 우려먹으려는 제작진들의 집념이 보인다.
<넥스트 오브 킨>, '가까운 친족' 이라는 부제를 붙이고 나온 신작이지만 기존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와 같은 친족인지가 의심스럽다. 새 스토리를 찾느라 애쓰던 제작진들이 시리즈와는 아무 관련도 없던 각본을 찾아내 <파라노말 액티비티> 제목을 붙이고서 나온, 사실은 '친족'이 아닌 '입양아'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