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대원과 한 남자는 쇼핑몰 중심부에 위치한 호수 구조물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그리 깊지 않은 물은 그들의 무릎 아래에서 허벅지 정도의 위치까지 차오르고 있었다. 그들의 아래에는 한 여인이 물속에 잠겨 있었다. 물 아래에 있는 그녀의 모습은 분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과 그로 인한 작은 파도로 인해 희미해져 있었다. 호수 구조물의 바닥에 등을 대고 반듯하게 누워 있는 그녀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쇼핑몰의 인공 호수는 그다지 깊은 곳이 아니었다. 그녀가 어쩌다 이곳에 빠져 이렇게 됐는지는 알 수 없었다. 2층에서 이곳으로 떨어졌거나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자발적으로 들어갔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어떻게 그곳으로 들어갔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여인은 인공 호수 아래 누운 채 눈을 뜨고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을 부릅뜨거나 하지 않아 섬뜩한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마치 잠에 빠지려는 듯 그녀의 눈은 살짝 풀린 상태였다. 그녀의 눈은 물 밖, 위를 향하고 있었지만 그 방향에 있는 특정 물체나 그녀를 도와주려 온 구급대원과 남자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물속에 잠긴 물체들은 빛의 굴절로 인해 그 형상이 조금씩 일렁거리고, 수면에 비친 빛에 가려져 오묘하면서 은은하고 신비로운 모습을 가진다. 물 밖에 있는 구급대원과 남자가 수면을 사이에 두고 바라보는 여인의 모습은 그러했다. 그들이 여인을 물 밖으로 들어 올렸을 때는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버렸다. 여인은 이미 마지막 숨을 내쉬고 난 이후였다. 마지막 숨이 물 밖이었는지 물 속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여인의 차갑고 미동 없는 가슴을 확인한 남자는 다시 여인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남자는 그러면서 여인의 목덜미와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눈을 감겨 주었다. 여인의 초점 없는 눈 위로 눈꺼풀이 영원히 내려앉았다.
이후 다른 구급대원들이 뒤늦게 도착해 물기가 가시지 않은 여인의 몸을 구급차에 태우면서, 쇼핑몰에 있던 사람들과 그녀를 구하러 달려간 남자에게로부터 진술을 받았다. 여인이 2층에서 떨어졌다는 진술과 1층에서 넘어졌다는 진술들이 엇갈렸으나 전자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구급대원들은 여겼다. 여자를 구하러 온 남자는 그녀를 전혀 모르는, 단지 물에 빠져 움직이지 않는 사람을 구하려 움직인 영웅이었다. 다만 이번에 왕자는 공주를 죽음으로부터 구해내지 못했을 뿐이다. 구급대원들은 사람들 그리고 충격에 빠진 듯한 남자를 진정시키고 상황을 수습했다. 그들은 이후 여인의 시신과 함께 구급차를 운전해 쇼핑몰을 빠져나갔다. 쇼핑몰에서 일어난 이 사건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었다. 사람이 죽은 쇼핑몰의 호수에는 새로운 꼬리표와 도시괴담, 사람들이 시선이 영원히 묻어 있을 것이었다.
쇼핑몰의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 구급대원들 그리고 병원에 도착한 이후 의사들까지 당혹스럽게 만든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들을 당황하게 만든 점은 바로 여인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얼굴뿐 아니라 지문, 혈액들을 모두 검사했지만 그들은 여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의 옷가지와 소지품 중에서도 신분증이나 그녀의 정체를 확인해 줄 물건은 발견할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신원미상의 여성들에게만 적용되는 이름 '제인 도'가 붙여졌다. 제인 도는 물기가 완전히 닦이지 않은 채로 검은 천으로 가려져 차가운 병원 안치실로 실려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