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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hill Feb 26. 2023

2월 26일

나는 내 자신을 작가라고 부를 수 있을까? 지금까지 막연하게 작가가 되어야겠다 생각만 하다가 실제로 글을 써본 적도 없고, 그래서 대학에 오자 작가 타이틀을 버리고, 영화평론가로 꿈을 전향했다가, 또다시 꿈을 찾기 위해서 헤매고 방황하고 있다. 내 또래 모두 꿈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다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꿈과 그 꿈으로 가기 위한 길 위에서 열심히 걷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누가 나에게 꿈이 뭐냐고, 앞으로 무엇을 할 생각이냐고 묻는 게 정말 싫다. 그에 대한 대답이 있었으면 좋겠다. 남들과 비교해서 내 삶이 내 모습이 덜 초라했으면 좋겠다.

다시 작가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번 2월 동안 지난 2년 동안 보다 더 많은 작품을 쓴 것 같다. 어느 오후 갑자기 미래가 두려워지고 아무것도 시도해 보지 않는 게 두려워서, 공책 두 페이지에 짧은 소설을 써 봤다. 얼마 전 일기에서 언급한, 우리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니고 되돌아갈 수 없다는 인식을 하고서 쓴 소설이었다. 솔직히 글쓰면서 나와 맞는 일인지 고민도 하고 내가 정말 즐기는 건지 좋아하는 일인지 회의감이 들었다. 그리고 며칠 후 두번째 소설을, 이번에는 분량 제약 없이 써보자 해서 지금도 쓰고 있다. 결말부에 다다랐는데 결말을 어떻게 내야 할지 몰라서 쉬고 있다. 두번째 소설을 쓰면서는 더 잘 써지고 몰입도 된 경험이 있다. 지금 쓰고 있는 것을 끝내고 다음에 쓸 아이디어 몇 개도 있다. 새로운 것들은 아니고 몇 년 동안 내 머릿속에 있던 것들이라, 그 아이디어들을 처음 생각해낼 때의 열정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지, 내가 정말로 쓰고 싶은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가지고 있다. 일단 지금 쓰고 있는 이야기는 끝을 내보려고 한다. 완성도 안하고 포기해 버리기는 싫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난 2,3주 동안 쓴 두 소설 다 쓰고나서 다시 읽거나 고쳐 쓰지 않았기에 많이 부족할 것이고, 내가 소설 쓰기랑 잘 맞는지 아직도 의문감이 안개처럼 쌓여 있다. 내가 평소에 이렇게 생각, 고민, 일기 등을 산문형식으로 쓰는 글쓰기만 즐겨해서 아직 익숙하지 않나 보다 생각이 든다. 그래도 앞서 말했듯이 적어도 지금 쓰는 이야기만큼은 다 쓰고 싶다. 가능하다면 고쳐 써서 공모전에 도전해 보고 싶다. 내 미래, 특히 직업과 관련된 진로와, 그리고 글쓰기와 내 관계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아무것도 안하고 생각만 하는 상태로 있는 것보다는 실제로 행동으로 옮긴 게 마음에 든다. 쓰고 싶은 것이 있다면, 꼭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그냥 써 봐라. Just Write! 


어제 영화 <더 웨일>을 보고 왔다. 3월 1일 개봉으로 알고 있었는데 미리 상영을 한번 하길래 보고왔다. 영화 중후반부, 결말부 직전 주인공 찰리가 자신이 가르치는 대학의 학생들에게 마지막 강의를 하는 장면이 있다. 항상 자신의 모습을 숨겨오다가 처음으로 웹캠을 켜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학생들이 솔직하게 써온 글들, 자신의 인생이 신나지 않을 것 같다는 등, (지금의 내가 연상되는) 꿈 고민을 털어놓은 글들을 보면서 이것이 바로 중요한 것이라고, 이 강의도 대학도 중요하지 않다고, 이렇게 솔직하게 쓴 글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하며 노트북을 던지는 장면이 있다. 아직까지 그 장면이 생각난다. 나도 솔직한 글을 써보고 싶다. 지금까지 계속, 최근에는 매일 써왔다고 할 수 있겠지만 더 솔직하게. 문제의 핵심까지 싹 다 긁어내는 글, 억지로 쓰는 게 아니라 내가 필요성을 느껴서, 쓰는 게 몰입되고 과정이 좋아서 쓰는 글을 쓰고 싶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기억이 남는 일이 있다. 담임 선생님께서 수업을 하는 대신에 자신의 친구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날 선생님이 목이 안 좋으셔서 말 대신에, 교실 앞 스크린에 컴퓨터를 연결해서 글로 써서 들려주신 이야기라서 그런지 더 기억에 남는다. 지금은 10년 가까이 된 일이라서 자세한 것들까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선생님의 친구 한 명의 이야기였다. 이 일 시도했다가, 다른 일로, 그리고 각종 시험까지 존재하고 방황하면서, 결국 지금도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친구분의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가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 있다. 그 당시에는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저렇게 되지 않을 거야. 나는 확실한 관심사와 꿈이 있으니까. 같은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 나를 보면 그 친구분의 모습과 조금씩 더 닮아 있는 것 같다. 초등학교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분명 실망하고 미래를 무서워하게 될 것이다. 내 미래는 어떻게 될까. 


오늘 일기는 평소보다 훨씬 길게 써봤다. 어제 일기는 너무 짧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 일기는 길게 몇 문단, 세 개 정도 생각거리를 써본 게 마음에 든다. 앞으로 매일 이런 긴 글을 쓰는 건 어려울 것 같지만 그래도 오늘 쓴 글이- 아니, 내 머릿속 생각들을 시원하게 털어놓았다는 사실이 마음에 든다. 나중에 내가 쓴 글을 읽어보기는 할까? 평소에는 내가 쓴 글을 잘 안 읽지만 오늘 쓴 글은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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