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서점 책방일기
유구서점에는 저녁에 종소리가 들립니다. 몇번을 치는지 곰곰히 생각해보고자 했지만 번번이 놓치고 마는 종소리가 들리죠. 교회일까 성당일까 서점 뒤를 지날때 마다 궁금하지만 막상 종이 울리는 시간이 되면 밖으로 뛰쳐나가보아도 이미 종소리는 멈춘 뒤이고 맙니다.
시골 마을에만 있을 수 있는 정감있는 소리기도 합니다. 아직 이장님 방송이 때때로 들리고, 저녁 미사 또는 예배시간에 종이 울립니다. 소음에 대한 반발이나 생활민원이 제기 되었다면 지속될 수 없었겠죠.
작은 서점 안에만 있는 책방지기의 일상으로는 매일 다른 시간에 울리는 종소리의 행방을 알기는 어렵습니다. 동네 마실 오시는 손님이 늘어 자연스레 종소리의 행방을 물어보기를 바랄 밖에요.
오늘은 연세지긋하신 어르신께서 책을 구매하러 오셨습니다. 첫번째 대면에서는 당연히 호구조사가 먼저인 시골 생활입니다.
“어찌 여기다 서점을 다 열 생각을 했댜? 지금은 다들 인터넷으로 책을 사니께 될려나 몰르겄네.”
구수한 사투리로 책방지기의 생활고 걱정을 먼저 해주십니다. 6년전 나름 인구 밀집 지역인 남양주에서 서점을 할때도 많이 들은 질문이라 이제는 능숙하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서점을 다른 곳에서도 하고 있어서 괜찮아요. 집이 유구인데 서점이 없으니 아쉬워서요.”
“유구 사는 구만. 유구 어디 사는겨?”
“유구리요. 저기 산위에요.”
“아버지 어머니 함자가 어찌된다여? 말하면 뉘집 인지 다 아니께 말혀봐”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와 함께 호구조사가 이어집니다.
“들어온지 얼마 안되서요. 외지출신인거죠. 하하”
“아. 그런겨? 외지에서 왔구만”
외지인으로 시골마을에 적응하는 것도 썩 쉽지는 않습니다만, 저처럼 무뚝뚝하고 책만 좋아하는 1인은 나름 적응할 만 합니다. 주변시선을 다 신경쓰고 살기에는 하루가 너무 짧고, 쉬는 시간이 너무 적은 아직은 반 도시인이라서요. 나름의 해결책은 적당히 넘기는 겁니다. 외지인에 대한 배타적인 시선은 사실 서울에서도, 경기도에서도 어디든 나름 있기 마련이다 생각하면 나름 쉬워진달까요.
한참 고민하시던 어르신이 구매하신 책은 김소월님의 진달래꽃입니다. 시골 어르신들이 농사일에 지쳐 책을 안 볼거라 생각하는 건 편견에 불과합니다. 귀촌하신 분들도 많으시고, 나름 젊을 적에는 글줄께나 읽으셨던 분들이 많으시거든요.
경제 경영 재테크 서적 위주로 돌아가는 신도시 반짝 빛나는 서점보다 사색과 고민을 많이 하는 책을 많이 찾으신답니다. 오늘은 시집 한권 판매하고 퇴근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아예 매출이 0인 날도 있으니까요. 퇴근길 발걸음이 가벼워질 수 있어 지금 환하게 웃고 있는 책방지기 얼굴을 보여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