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골서점 책방지기 Apr 28. 2022

관공서 도서 납품하기

지역서점 인증 부터 받자구요~

오늘은 4월 말의 따사로운 햇살이 미세먼지에 약간 뿌얘진 날입니다. 유구서점은 아직 오픈한지 6개월이 지나지 않아 공주시 우선구매업체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종시에 위치한 소담서점은 이미 3년이 지난 서점이라서 주변학교와 관공서에서 도서 주문이 들어오기도 해요. 그나마 작은 서점에서 도서를 구매해주는 터라 운영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대량의 도서를 취급하는 재미를 맛 볼 수도 있어서 좋은 기회가 됩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견적문의가 있었던 학교에서 150여권의 주문이 들어와 있네요. 부랴부랴 일어나 작업실로 향해 컴퓨터를 켜 도서목록을 확인합니다. 여러 거래처에서 해당목록의 최저가를 검색해서 집수(서점에서 납품을 위해 책을 모아 정리하는 걸 말합니다.)하려면 시간이 빡빡하네요. 아침 늦잠이 후회되는 순간입니다.      

언젠가부터 모든 도서 주문이 인터넷으로 이루어집니다. 아마 오랫동안 지역에서 서점을 운영하셨던 분들이 서점운영을 포기하게 된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예전에는 팩스, 전화, 방문영업사원 들을 통해 도서를 주문하고 받고 했거든요. 신간이 나오면 영업사원들이 목록에 맞춰 수량을 책정해 넣어주기도 했구요. 지금은 무수히 쏟아지는 신간목록도, 베스트셀러목록도 모두 책방지기의 선택으로 입고여부가 결정됩니다.      

6년전 처음 서점을 열었을때만해도 밀어넣기라고 해서 신간을 알아서 넣어주기도 했습니다. 다만, 아무래도 총판이라 불리는 거래처에서 판매했을때 이윤이 많이 남는 도서를 주로 선정해 배송해준다는 문제가 있죠. 그렇게 쌓여가는 재고를 보다 못한 저같은 책방지기는 지정출고 금지라는 오더를 내려달라 담당자에게 애원하기도 하죠. 지금은 지정출고 자체가 많지 않습니다. 배송에 반품까지 전부 물류비용이라는 [돈]이 필요하니까요. 점점 반품이 어려워지는 도서가 늘어나고 있어 책방지기의 미간 주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니 도서를 들일때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하게 됩니다. 3년전 출판사와 직거래한 도서가 매대에 아직 쌓여 있는 걸 보면 속이 꽤나 쓰리거든요.     

여하튼 오늘은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목록을 통해서나마 접해볼 수 있어 즐거운 날입니다. 근 두시간의 씨름끝에 재고 확보와 더불어 최저가 거래처를 찾아 모든 도서를 주문했죠. 뿌듯한 마음도 잠시 앗! 오늘도 지각입니다. 아무리 찾는 고객이 적은 시골 서점이라도 문여는 시간은 지켜야하는데 쉽지 않네요. 허겁지겁 뛰어나갑니다. 뜨거운 햇살에 땀을 뻘뻘흘리고 도착한 매장은 여전합니다. 오늘은 그래도 한권이라도 주인을 찾아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문을 열고 땀을 식힙니다.      

늦은 출근이지만 어제 그제 매장 안 책장들을 혼자서 낑낑거리며 옮겨놓은 보람이 있나봅니다.      

“와! 바꼈어. 빠꼈어요.”     

환호성을 지르며 들어오는 하교길 초등학생들이 들어옵니다. 원하는 만화와 책을 고르고 구경하며 서로 책에 대한 대화를 나눕니다. 아이들의 눈에 처음 들어오는 책이 오은영 선생님의 “
 화해” 인가봅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서점을 돌아보다가 “와! 오은영이다!” 라고 외칩니다. 베스트셀러의 위력일까요? 아니면 아이들 마음을 쏙쏙 알아주는 오은영 박사님의 위력일까요? 아이들이 휴대폰을 들고 엄마에게 전화를 하기 시작합니다.     

“엄마. 나 책사도 돼?”     

엄마들 마음이 대부분 같습니다. 책을 산다는 데 안된다고 하기 참 어렵겠죠. 저도 엄마니 이해가 갑니다. 아이들이 고른 책이 설사 만화책이라도요. 덕분에 초등학생들에게 만화책 3권을 판매했습니다. 오늘의 첫 매출입니다. 괜스레 뿌듯해집니다.      

아이들이 한바탕 들고 난 후의 적막은 서점을 더욱 고요하게 느끼게 합니다. 초등학교 하교가 끝난지 한시간쯤 지나면 중학생들이 하교합니다. 하교길 서점을 보고 환호하던 학생들이 이번에도 환호성을 지릅니다.     

“와~ 바꼈어. 들어가보자!”     

좁은 동네라 그런지 뭐라도 바뀌면 알아봐 줍니다. 힘쓴 보람이 있죠. 매일 조금씩 바꿔줄 필요가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몸은 좀 고생이려나요? 이참에 다이어트가 되면 더 좋겠네요. 중학생들이 들어와서 예약도 하고 책도 사가네요. 역시나 시험끝이라 만화책입니다. 서점이 없어 학교에 구비된 책 위주로 보던 학생들이 다양한 책을 접하니 신기해하기도 하고 읽고 싶어하기도 해요. 도서 가격을 보고 가장 보고싶던 한권을 찜하고 가는 친구들 모습이 귀엽고 예쁩니다. 아줌마 미소가 절로 나오는 순간이에요.      

그래도 나름 뿌듯한 퇴근길이 될 듯 합니다. 어제의 매출 0보다는 낫다 싶거든요. 시골 서점 책방지기의 가장 필요조건이 바로 적은 매출액을 감당하고 버텨내는게 아닐까 싶네요. 이제 고작 오픈 1달. 욕심이라면 욕심입니다. 동네에 서점이 없었던 세월이 긴 만큼 작은 동네서점이 알려지고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할테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종소리가 들리는 책방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