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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서점 책방지기 Apr 29. 2022

시골서점 최소비용 오픈기

전체인구 8000명인 시골에 서점을 열었습니다.

주민등록상 인구 8000명이 안되는 곳에서 서점을 열었습니다.  

   

아마 이 문장을 보시는 분들은 의아하실 듯 합니다. 도대체 저렇게 작은 인구에 시골 서점을 연다는게 말이 될까? 그 말이 안되는 일을 벌인 사람이 바로 제 옆지기랍니다.      


우선 저는 세종시에 위치한 소담서점의 책방지기이기도 하다는 것을 밝혀둡니다. 저희 부부는 남양주에서 서점을 운영하다 세종시로 와서 또 서점을 하고 있습니다. 각자 하나씩 서점을 운영하고 있었죠. 자세한 저희 부부의 서점 오픈기는 다른 페이지를 빌어 들려드릴 기회가 있을거에요.      


유구전통시장이라는 장날이 있는 마을입니다. 그래도 읍소재지입니다. 덕분에 농협도 새마을 금고도 가까이 있습니다. 은행은 없지만요. 서점자리로 계약한 곳 옆이 읍사무소입니다. 근데 생각해보면 읍사무소로 사람들이 오갈 일이 얼마나 될까 싶네요. 옆지기에게 하필 왜 이 장소냐고 따져 물어봤습니다.     


허무한 답이 돌아옵니다. 책이 덜 상하는 북동향이고, 어닝되어 있어서 비들이칠 걱정없고, 이전 카페했던 자리라 깔끔해서 인테리어 걱정이 없어서였답니다. 뭐 틀린 말은 아닙니다. 임대료도 몹시 저렴합니다. 요가나 헬스장 다니는 비용 정도에요. 물론 이 근처에 헬스장이 없으니 비교하긴 어렵겠지만요.      


권리금조로 들인 금액을 비교하면 그래도 꽤 들어갔죠. 카페자리였다고 시설이 되어 있으니 괜스레 욕심이 납니다. 커피를 다시 해볼까 하는 그런 음료판매욕구요. 6년전에는 그래도 젊어서 할만했지만 이제는 커피 한잔 내리고 나면 헉헉거릴 제 팔목 손목을 생각해보니 아서라 싶기도 합니다. 더구나 커피머신이 어디 한두푼이어야 말이죠. 시설비 제하고 감가상각까지 감안해서 이윤을 내려면 하루에 몇잔의 커피를 팔아야 하나 계산하다가 포기했습니다. 이러다 또 지름병이 도지는 날에는 커피머신 구매 검색을 열심히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요.     


가끔 저한테 서점&카페를 열려면 얼마나 드는지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럼 답하기가 참 애매합니다. 인테리어라는게 욕심내면 한도끝도 없거든요. 첫 서점 오픈했을때 제일 후회한 인테리어가 바로 붙박이 책장이었어요. 예쁘기는 하지만 그 책장에 들인 금액을 생각할때 가성비가 전혀 나오지 않거든요.      


지금은 그냥 인터넷에서 가장 저렴한 원목 책장을 구입하고는 합니다. 하도 서점을 열고 옮기고 하다보니 책장주문은 일사천리입니다. 기성 책장을 주문할때 단점이 언제 배송될지 모른다는 거에요. 책장이 들어와야 도서 주문도 할 수 있고 매장을 꾸밀 수도 있거든요. 심지어 카드가맹점이 되려고 신청서를 넣으려고 해도 책장에 책이 들어찬 사진과 간판 사진을 찍어서 보내야 하니까요.     


어차피 가게 계약은 했겠다 임대료도 나가겠다 얼른 문 열어 책을 팔아야지 하는 순간 인테리어 비용에 뒷통수가 얼얼해지는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인터넷에 주문하고 세월아 네월아 기다리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더구나 충청권 지방의 경우 서울 경기에 비해 도착 기간을 배 이상으로 잡아야 하더라구요. 가구 배송이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네요. 책장 10개를 후딱 주문하고 기다립니다. 이게 유구서점 인테리어 비용의 80%를 차지하는 책장 구매기입니다. 서점에 있는 책장이 유난히 예뻐보이시는 지 구매처를 물어보시는 분들이 꽤 계세요. 대답하기가 참 곤란해요.      


“인터넷이요”     


참 성의 없어 보이는 대답 아닌가요? 근데 이게 또 사실 이기도 해요. 책이라는게 보관 잘못되면 상하는게 순간이라 저는 삼나무책장을 선호합니다. 방충효과가 있다는 말이 조금의 안도감을 주기도 하고, 집성목으로 만드는 책장이다 보니 사용된 본드에서 방충효과가 나지 않을까 하는 무식한 생각도 더해져서요.     

 

이런 저려미 책장의 경우 가끔 책 무게를 못 이겨 나무가 부러질때도 있어요. 그럼 전 옆지기를 호출합니다. 꺽쇠로 사방을 고정해주죠. 그럼 아무리 무거운 책을 얹어도 잘 버티거든요. 유구서점에는 간판제작비도 저렴하게 했어요. 글자 시트지를 주문해서 사다리 놓고 올라가서 간판에 그냥 붙였습니다. 기존 간판이 하얀바탕에 작은 글씨여서 가리기에도 충분했거든요.      


간판 천갈이 비용도 무시가 안되니 그거라도 아껴야죠. 도로 쪽 창문에도 글자 시트지를 붙여서 “여기 서점입니다!” 하고 광고합니다. 그리고 이제 배너를 주문해야겠어요. 언젠가 부터 직접 디자인하고 출력 요청만 하면 이틀내로 배송오는 홍보물온라인몰이 생겨 참 편리해졌습니다.      


명함 겸 책갈피도 디자인해서 과감히 200장 주문했구요. 근데 이 200장 언제 다 쓸려나요. 걱정이 됩니다. 소담서점 명함 1000장 뽑았다가 매장 이사하면서 다 폐기해야 했거든요. 비용은 저렴해도 버려지는 명함을 생각하면 속이 좀 쓰립니다. 제 소중한 서점의 상호가 떠억 하고 박혀있으니까요.     


아. 그리고 제 생활 필수품 냉장고도 자리잡았습니다. 먹고는 살아야하니까요. 커피 마실때 넣을 우유도, 가끔 제 당을 채워줄 아이스크림도 넣어두어야 하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제 작업용 모니터들을 설치합니다. 소담서점에 있던 모니터를 유구서점으로 옮겼습니다. 이제 준비 끝입니다.      


앗! 가장 중요한 책! 책이 빠졌네요. 어머나! 사실 큰일은 아닙니다. 소담서점과 소담서점 한솔점에 중복되어 있는 책들을 한권씩 빼서 신간위주로 책을 옮기기로 했거든요. 매절로 들어올때 무조건 5부 또는 10부씩 들어오기 때문에 예비로 가지고 있는 도서들이 좀 있어요. 또 제가 두고 팔면 나갈거라고 우기면서 절대 반품 못하게 하는 도서들도 저따라 유구서점으로 옮겨 올게 될거구요.      


이럴때는 과감하게 렌탈한 저희 애마 suv가 기특해집니다. 차는 소유하는 거라고 부득불 주장하던 옆지기도 이번에는 렌트카에 만족하더라구요. 거래처들 거리가 후덜덜 한 지방이니까요. 일년에 4~5만 킬로미터는 금방이더라구요. 경기도 살때 4년동안 탄 키로수가 5만이 안되는 저희로서는 허거걱이지요. 어찌되었든 2열 3열 좌석을 모두 접고 책박스를 차곡차곡 실으면 됩니다. 이렇게 납품도 다니고, 도서 입고도 받아오고 합니다. 그렇게 두어번 왕복하면 책장 10개 쯤은 가뿐하게 찹니다.      


제 전재산이요? 


바로 책입니다. 


이미 기지불된 도서대금이 매장 도서의 거의 80%에 달하거든요. 책장하나에 몇권이나 들어가냐구요? 가로 1200 높이 1970의 10칸 짜리 책장을 기준으로 하면요. 얇은 책은 25권, 두꺼운 벽돌책은 10권 정도 들어갑니다. 책 한권당 12000원 씩만 잡아도 책장 하나에 삼천만원은 훌쩍 넘곤합니다. 소담서점의 경우 항상 2만 5천권 정도가 있으니까 돈으로 계산해보면 책값만 한 3억원 쯤 되겠네요.      


그러니 처음에 어떻게 도서를 구비하느냐에 따라 오픈 비용이 천차만별일 수 밖에 없습니다. 우스개소리로 아무도 훔쳐가지 않을 값비싼 물품이 바로 저 책들이다 라고 하면서 웃곤합니다.      


거래처들이 여신으로 제공하는 금액을 계산해봐도 훨씬 많은 도서대금이 이미 기지불된거라고 봐야겠죠. 그래서 그런지 저희 서점 영업담당자분들은 도서대금 못받을까봐 걱정은 안하시는 듯 해요. 안되면 책으로 들고가면 된다 생각하시나봅니다. 웃픈 현실입니다.     


이렇게 많은 책이 있어도 고객들이 원하는 책이 없을때도 많아 주문을 받아야 하니 도서 시장이 얼마나 복잡한지 알고보면 기함하곤 하시더라구요. 서점 여는 거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운영하는 건 더더욱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신중 또 신중하게 열어야합니다.      


소담서점에 문제집을 공급하는 거래처 사장님이자 옆동네 서점 사장님이 저만 보면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저 많은 책들을 다 어쩌려고 저렇게... 어휴... 어휴... 어쩌려구”     

제게는 재산이고 서점의 밑천이지만 그 사장님께는 애물단지처럼 보이시는 거겠죠. 그럼 저는 씨익 웃고 맙니다. 많은 책들이 주는 장점은 바로 과학 수학 도서칸에서 빛을 발합니다. 대형서점 책장보다 풍성한 과학 수학 교양서적이 바로 저희 서점의 장점이거든요. 수행평가 철이되면 학생들이 제일 먼저 찾아 주는 서점이 되는 것 만으로도, 진로 고민에 이책 저책 골라봐야하는 학생들이 동네서점을 먼저 오는 것 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가끔 제가 참 가난하게 느껴지고, 대출금 이자에 허덕일때 책들의 금액을 계산해보곤 합니다. 그럼 갑자기 부자가 된 느낌이 확 와닿거든요. 근데 저 책들이 모두 반품이 되야 현금으로 돌아오는 거니까. 서점문을 닫지 않는 이상 현금화 될 가능성은 없다는 현실이 역시 진실이네요.     


그러니 서점 오픈할때 얼마나 들까요? 라는 질문에 답은 케바케(case by case)로 마무리 해 주세요. 대답해야하는 책방지기가 많이 곤란하답니다. 여하튼 유구서점의 인테리어 비용은 다합해서 150만원도 안든 것 같습니다.(시설권리금이 그 배 이상이라는 건 안비밀입니다.) 


대신 몸으로 열심히 뛰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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