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열

by 선영

천국, 지옥 같은 이원적 세계가 있는지 없는지 생에선 알 수 없다. 또 윤회시스템이 진짜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는 또 다른 차원의 신비로운 영역들이 백 프로 실재하는지에 대해서도 이 생에선 주장하기 어렵다고 본다. 사후세계를 다녀온 사람들도 결국 산 사람이지 죽음 너머에 있지 않다.

그래서 나는 그때그때 그럴 수도 있겠구나 저런 세계가 있을 수도 있겠구나 할 뿐이다. 오늘 만남에서 문득 이런 상상을 해보았다. 윤회가 있다면 나보다 먼저 돌아가신 노인이 현재에는 나보다 어린 나이겠네 싶었다. mz ceo들을 만나면 그런 류의 생각들이 더 짙어진다. 나보다 진화된 존재들이란 생각이 많이 든다. 혹여라도 말이 안 통하거나 답답함이 느껴져도 눈앞의 어린 분들이 먼저 가신 어른들이라 생각하면 모두가 스승처럼 느껴지고 관계가 깨지지 않는 것 같다. 존중하는 마음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다고 모두 우월하진 않듯 나이가 어려도 배울 점이 더 많을 때가 종종 있다. 나도 어쩔 수 없이 각인된 나이에 대한 집단무의식에서 벗어나긴 어렵다는 것도 알아차려진다. 무의식이 인지될 때 주의초점을 바꾸는 나만의 명상적인 팁이 유용할 때가 많다. 수많은 관계들, 관계가 다인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기대감과 판단, 분별을 내려놓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자각할 수 있는 내면의 힘, 내면의 목소리를 제대로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는 건 나에게 너무나도 유용한 스마트폰 같은 의미로 다가올 때가 많다.

오늘도 아무 짐 없이 가방도 없이, 주머니엔 폰과 차키만 넣고 거리를 걸으며 내가 많이 가벼워진 걸 느꼈다. 또 만나는 모든 대상들이 하나하나 마음공부의 스승님들처럼… 나처럼 다가온다.


매거진의 이전글#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