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초현실

by 선영

잠깐 다른 일 하다 보니, 3일이 지나갔다. 인정하고 싶지 않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뜻인지 몰입을 잘 해서 그런건지 알 수 없지만... 초현실 했다. 순간순간이 재밌을 때 가끔 초현실 한다. 3일간 무엇이 그렇게 나를 몰입하게 했는가? 제일 재밌었던 건, 오늘 모임에 이름표를 만드는 일...이었다. 1회용이지만 이렇게저렇게 디자인해 보며 내가 보기에 가장 좋은 것으로 선택해서 출력하고는 하나하나 오려서 예쁘게 셋팅했다. MBCT-L 오프라인 워크숍에 그동안 줌으로만 만나던 30여명의 참가자들을 생각하며 하나하나 그 이름들을 출력해 나갈 때 나는 초현실 했던 것 같다. 그게 모라고...나는 그런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란걸 강력하게 알아차림 했다.

두번째로 재밌던 건 무엇일까? 음... 동네의 빈티지 가게의 사장님과 나눈 이야기이다. '무작위 친절행동 하기' 수행을 하면서 먼저 인사와 말을 건네는 연습을 해 보고 있다. 원래 성격도 좀 개방적인 면이 있지만 그것은 무의식적으로 해왔던 것 같고, 수행은 의도를 갖고 의식적으로 해 보고 있다. 한 마디 말을 걸면 열 마디 이상 말을 들어야 하는 일이 종종 있어서 왠만하면 친절하게 묵언?하는 스타일이지만 왠지 그 날은 그 분에게 의도적으로 말을 더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30분이상 피드백을 받아야 했지만 행복했다. 내가 묻지 않았다면 결코 알 수 없었던 아름다운 한 사람의 지난 이야기가 영화보다도 감동적이었다. 55 66 77 의 옷 사이즈는 알았지만 33과 1/2 사이즈, 44를 입는 그 분의 몸에 얽힌 스토리... 자기 허리를 만져보라며 내 손을 잡아당겨 무심코 만진 그녀의 허리에 잡힌 것은 겹겹이 입은 옷 뿐이었다. 아무리 먹어도 살찌지 않고, 근육의 힘도 없는 특이한 체질... 별명이 '종이인형'인 그분과의 대화에서 세상과 존재들은 정말 신비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세번째로 재밌던 것은 요즘 함께 백수생활을 하고 있는 JJ의 헤헤 거리는 웃음소리 듣기 이다. 즐겁다. 마냥 즐겁다. "귀여운 씸바...귀여운 씸바..."하면서 냥이랑 뒹구는 반백살 남자가 즐거워하니 반백살 여자도 마냥 즐겁다.

JJ와 처음만난 중학교시절의 사진을 함께 보았다. 숨 한 번 크게 쉬고 눈 한 번 깜빡 했더니 몇십년이 지났다.

내가 사는 세상은 진짜인지 꿈인지 점점 미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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