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독서 클럽 30일이 남긴 것

가녀장의 시대의 책을 만나게 되었다.

by 사계한잎

오늘은 먹는 글을 잠시 미뤄두고 최근 브런치에서 시작했던 독서클럽에 대한 글을 써본다.

브런치 독서클럽을 통해 자의적으로, 또는 타의적으로 하루하루 책을 읽어갔다.

처음에는 한 달 동안 매일 책을 읽는 일이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평소에도 책을 읽는 습관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막상 30일 챌린지를 시작해 보니 예상하지 못한 장점과 단점이 보였다.

장점은 예전에는 읽다가 지루해지면 책을 덮고 다음으로 미루는 날들이 많았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책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져 갔다. 그런데 챌린지의 꾸준함과 타이머를 의식하며 읽다 보니 지루한 구간에도 멈추지 않고 시간을 두고 이어나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글 읽기에 탄력이 붙고, 그때부터는 오히려 책 속으로 깊이 빠져는 날들이 많아졌다.

마치 독서에도 관성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단점도 있었다.

매일 기록해야 한다는 부담이었다.

가볍게 책을 펼쳐 읽던 시간이 어느 순간 타이머를 눌러 기록해야 하는 일이 중간에 끼어들었다.

책을 읽기 전에 의식하듯 타이머를 켜야 했고, 그로 인해 가벼움보다는 조금 더 책 읽기에 무게감을 느끼기도 했었고 어느 날은 읽은 날 타이머를 기록하지 않아서 아쉬움에 스트레스받는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든 장점이 있다면 그 앞에 반드시 다른 얼굴의 단점이 있다는 것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고, 해가 쨍쨍 할 때도 있고 비가 주룩주룩 내릴 때도 있고, 따뜻한 날도 있고 추운 날도 있고,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너무 호호호만 하다 보면 순간의 행복의 깨달음을 놓칠 수도 있다 생각한다.

무튼 중요한 것은 그 사이에서 내가 무엇을 깨달았냐는 것이다.

작은 규율이 생각지도 못하게 책 한 권에 깊게 빠져들게 만들었다.

이번 년에는 많은 책을 만나겠다는 나의 일 년 다짐에 조금은 다가서고 있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에 귀한 책 한 권이 보상으로 찾아왔다.

이슬아 작가님의 가녀장의 시대

이미 유명한 책이라 읽었을 거라 생각했지만 책만 알고 아직 읽어보지 못했었다.그래도 이렇게 이 책을 만나 읽게 되었으니 얼마나 행운인가.

처음 제목을 봤을 때 가녀장라는 단어가 어딘가 억압적인 느낌으로 다가와 조금은 무거운 이야기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 가족드라마 아니 어쩌면 가족 시트콤을 티비에서 보는 듯하게 생생한 글이었다. 평범한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는데도 그 집만의 색깔이 문장 사이에 자연스럽게 먼저 나왔다.

딸이 출판사를 차리게 되고 가족과 함께 운영하면서 격게되는 일상 속에 가족이라는 관계 안에서도 개인의 존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게 해 준다. 집집마다 다른 온도가 있겠지만 이 책 속의 집은 유난히 쿨함과 존중의 색이 짙게 느껴졌다. 각자의 개성이 강하지만 그 안에서 서로 융합하며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가족 마치 화자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느낌도 들었다. 만화를 보듯 킥킥 웃으며 읽히는 내용에 책장이 술술 넘어가다 어느 순간 카페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각 챕터마다의 이야기가 좋았지만 낭독회는 김장에서 시작된다는 챕터는 더 마음에 남았다.

복희 씨가 어머니와 나누는 이야기 장면이었다.

그때 마침 에어팟에서 키라라님의 <wish>가 흘러나와 장면이 더 선명하게 그려지면서 나의 눈물샘을 더 증폭시켰다. 복희의 꿈을 충분히 지원해 주지 못했다는 마음을 손녀가 대학을 졸업한 시기까지 두고두고 미안해하시는 어머님의 마음, 할아버지의 병시중을 함께하며 쌓인 가족의 진국이 담긴 시간, 그것들이 김장을 하며 약간의 농담과 함께 담소 나누듯 이어지는 웃프면서도 슬픈 이야기들.

글은 담담하게 흘러가는데 글을 읽는 나의 감정은 사무치면서 슬펐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사연 있는 사람처럼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너무 색깔 있는 책이었다. 왜 사람들이 이토록 이 책을 좋아했는지 지금에서야 깨닫는 나였다.

이 책을 지역 서점과 출판사가 함께 협업해 만든 따뜻한 표지로 갖기 되어 더 특별한 느낌이 든다.

책 표지에 나온 아마도 책방에도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책이라는 건 한 권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책에 태어난 공간과 사람들까지도 궁금하게 만드는 이상한 힘을 가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한 달의 독서 기록이 그저 30일 챌린지로 끝나지 않고 책과 조금 더 오래 가까이 지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