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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글 대방출

@우리가 염병할 적에

by 마담D공필재

사람이 60년을 넘게 살아보면 '나를 떠난 사람들과 만나게 될 또 다른 사람들, 스쳐가는 인연' 쯤에는 해가 지고 바람의 방향이 바뀌 듯 무념해져 '한때 사랑했던'이라는 표현을 스스럼 없이 쓰게된다.


고치 속에 누워 나비가 되기를 꿈꾸고 있는데 불현듯 '내가 한때 사랑했던 내 친구 뿅슉이'가 생각났다.


뿅슉이는 모든 감정을 염병이라는 욕으로 표현했다.


기분이 좋으면

-오늘은 염병하게 기분이 좋네


슬프면

-염병하게 슬프고 ㅈㄹ이양


날씨가 좋으면

-허뭐어 날씨 염병하게도 좋아부럿


그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염병은 이거였다.


-아아아악! 진짜 염병할 적에


그날 뿅슉이와 나는 팔짱을 끼고 한들한들 뚝방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자전거 탄 날치기 놈이 뿅슉이의 가방을 휘이익 낚아채서는 달아나기 시작다.


우리는 자신의 갈래 머리에 얼굴과 턱과 귀를 얻어맞으며 미친듯이 놈을 쫓았다. 물론 뿅슉이는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야아아아아 이 염병할 시키야 거기서어엇


을 계속 질러댔다.


나는 속으로 '가시내야 너라면 서겠냐?'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함께 냅다 뛰면서 외쳤다.


-그래에에 이 염병아아앗


그렇게 죽을 힘을 다해 쫒았지만 달리는 자전거를 궁뎅이 무거운 여고생들이 무슨 수로 따라잡겠는가?


숨을 못 쉬어서 죽을 지경에 이른 우리는 그 염병할 시키를 백 여미터 가량 쫒다가 그만 포기해야했다.


뿅슉이는 아스팔트 바닥에 철퍼덕 주저 앉아 두 다리를 쭉 뻗고 울기 시작했다. 나는 뿅슉이를 다독였다.


-으째야쓰까아 참말로! 거기 돈 많이 들었냐 뽕슉아?


-으아아아아앙! 아니여엄병! 진짜 염병할 적에~~!!! 거기 아부지한테 훔친 담배 들어있단 말이여어어염할 적에에에! 니 담배가 뭔 맛인지 궁금하다고 했자네에에에염병할 적에!!오늘 니랑 장대다리 아래서 피워볼라했단 말이여어어어염병할 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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