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황촐라
황촐라의 가족은 대단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화려한 학력과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여섯 명의 형제 중 황촐라를 제외한 다섯 명 모두가 서울대 출신이었고 의사에 판사에 세무사였고 막내 여동생은 항공사 간부였던 것이다.
그런 화려한 형제 사이에 가끔 공공의 아픈 손가락인 미추리 같은 형제가 섞여있는데 그 집안에서는 황촐라가 그 역을 맡고 있었다. 맡은 역할에 충실한 황촐라는 지방 전문대 출신이었고 미혼에다 부실한 자립심으로 평생 캥커루 족을 고수하고 있는 '민간자격증 수집가'였다.
황촐라는 자신의 능력을 한껏 발휘해서 온갖 직업인의 역할을 해 냈고 그 과정에서 형제들은 십시일반으로 미생인 황촐라의 뒤를 끝없이 봐주었다.
그런 황촐라가 61살이 된 어느날 가족들에게 간호조무사 자격증 공부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형제들은 황촐라의 눈을 피해 하나둘 고개를 숙이더니 여기저기서 끙끙거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외과의사이면서 황촐라에게 가장 우호적이던 남동생이 대표로 나섰다.
-누나는 그렇게 많은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나이에 또 무슨 자격증을 따겠다고 하는가? 형제들이 넉넉하게 생활비 보태주고 있으니까 지금처럼 부모님 잘 모시면서 현재 하고 있는 일 하면서 살면 안 되겠는가?
그 말을 들은 황촐라는 당황했다.
여지껏 자신이 왜 민간자격증 수집가가 되었는지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일단 웃었다.
그리고 며칠 후 남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맞아 나는 정말 많은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 그런데 내가 생각하기에 니들이 가진 한 개는 온전한 것이고 내 것은 니들과 비교할 수 조차 없는 부족한 것들 뿐이야. 그래서 아마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니들처럼 제대로 된 자격증 하나를 가지고 싶어 하는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