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아!!
두 여자는 할머니의 웃음과 거친 입담과 수선스러운 행동에 얼이 빠져 찬합 뚜껑이 열릴 때마다 아침 방송의 방청객처럼 탄성을 지르며 찬합을 들여다보았다.
-잡솨 봐요. 잡솨 봐. 입맛에 맞을랑가 모르겠소. 머혀 아재! 젓그락 안 가지고 오고!
번암 농부이가 황급히 일어나 나지막한 밥상과 수저 세트를 들고 들어왔다.
-아이고, 아짐찬하구로요 아짐.
채 닦이지 않은 밥상에 밥풀 흔적으로 보이는 부슬부슬한 찌거기야 남아있거나 말거나 할머니는 찬합들을 상 위에 올리던ㅣ 젓가락을 정자 씨 손에 쥐어 주고는 재촉했다.
-새댁이! 어여, 어여, 잡솨요! 호호홋
젓가락을 받아 든 정자 씨는 번암 농부와 친구를 차례로 살펴보고는 고비나물을 집어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이를 본 촐라 씨가 입을 다시며 밥상으로 바짝 다가앉았다.
-호호홋! 어째 잡술 만 허요?
-말해 뭐해요 할머니. 와아! 진짜 와아!
할머니는 정자 씨를 향해 물었으나 대답은 촐라 씨 입에서 먼저 나왔다.
-너무 맛있어요 어르신. 어쩜 이렇게 간도 딱 맞는지 우리 할머니 손맛이 나네요.
정자 씨가 예를 갖추어 말하며 찰밥을 크게 한 젓가락 집어서 오물거렸다. 번암 농부와 그의 옆집 아짐이 그 모습을 흐뭇한 눈길로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맞아요. 요 버섯탕은 정말 솔향이 솔솔 나고 이 나물들은 하나 같이 입에 착착 감겨요.
입안 가득 음식을 넣고는 눈을 부라리며 촐라 씨가 말했다.
그렇게 정자 씨와 촐라 씨는 찬합 바닥이 비어서야 젓가락을 놓았다.
번암 농부 집에 정자 씨를 두고 차를 향해 느릿느릿 걸으며 촐라 씨가 정자 씨의 손을 가만히 쥐었다.
-그래, 잘 산다는 게 뭐 별거겠어? 사랑받으며 귀하게 대접받으며 사는 것이야말로 사람답게 잘 사는 거지. 착하고 순한 사람들이랑 착하고 순한 음식 먹으며 착하고 순하게 살다 죽을 수 있는 곳 같아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