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다녀와서 현서에게 연락을 했다.
"현서야.... 저번에 네가 말해준 결정사 가서 결혼했다는 친구 말이야, 결정사 어디래?"
"언닝 드디어 마음먹었군요"
"웅 이름하여 '테잌_마이_머니v1' 프로젝트야 너 말대로 나 노오력해볼게..."
"언닝 결의가 느껴져요"
잠시뒤에 현서한테 전해받은 아래와 같은 톡을 전달받았다. 현서 친구의 직업이 궁금해졌다
1. 회원가입하고 여러 서류를 제출하면 정회원이 되고 매니저가 매칭된다.
2. 매니저에게 자기가 원하는 이성을 말한다.
3. 매니저가 최대한 맞는 사람을 매칭해서 프로필을 전달한다. (프로필 내용: 사진 1~3장, 나이, 키, 학력, 직업, 거주지, 자산, 가족관계, 매니저 추천 글, 자기소개 글)
4. 맘에 들면 수락/거절을 선택한다.
5. 둘 다 수락하면 10만 원을 제한다.
6. 매니저가 적당한 위치의 카페 위치, 만남 시간, 상대방 이름과 연락처를 전달한다.
7. 만난 후에 만남 느낌을 체크한다. (계속 만남/한번 더 만남/상대방이 연락하면 만남/안 만남)
8. 그 뒤의 연락은 알아서 한다.
회원가입을 하니 바로 전화가 왔다.
"회원님, 프로필 봤는데 어떤 남성분을 원하세요?"
"아 저는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요"
"아하하하하 아니요, 직업 학벌 재산 같은 거요."
"아... 그럼 저는 비흡연자에 공대 졸업하신 분으로 저보다 3살 많게까지가 좋아요."
"네 회원님 그런데 남자분들은 여자 학벌이나 재산보다는 어린 사람 좋아해서요, 5살 위까지 보시면 어떠세요?"
이때 1차 현타가 왔다. 내가 가진 게 학벌이랑 직업밖에 없는데 바깥세상에서는 아무 소용없구나?
근데 이럴 거면 왜 물어본 거지?
"그럼 비흡연자만 해주시고 나머지는 맞출게요"
"잘 생각하셨어요! 프로필항목 중에 체형을 통통으로 적으셨던데 보통으로 바꿀게요. 그리고 사진 다시 찍어주시겠어요? 어려 보이고 애교 많아 보이게요. 남자분들은 회원님처럼 대기업 다니고 똑똑한 사람보다 어리고 이쁜 분을 좋아하거든요"
싸우자는 걸까...? 나는 반도체회사를 다니고 있어서 자연히 남초 집단에 있었고, 대부분의 사람이 나에게 말하는 걸 조심했는데 이렇게 직접적으로 날 후려치는 말을 들으니 갑자기 관자놀이라도 맞은 것처럼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쾌활한 내 매니저는 자기 할 말을 이어갔다.
"그래도 회원님! 재산이 많지는 않아도 좀 모으셨고 직업이 좋으시고 까다롭지 않으시니까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우리 같이 힘내요!"
아 그래 이거 그거다 착한데 막말하는 타입 ㅎㅎㅎ 뭐 바깥세상이 이런 거라면 적응해야지. 게다가 매니저랑 싸워서 좋을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헤헤 네 잘 부탁드려요."
결정사 정회원으로 등업 하기 위해서는 혼인관계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상세, 재직증명서, 졸업증명서, 석사학위증까지 제출해야 했다.
학위증은 인터넷으로 신청하고 행정복지센터에 직접 방문해야 해서 발급받기가 쉽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니 매니저에게 서류 업로드하라는 독촉 전화가 왔다. 참 신기하게도 이런 전화는 회의할 때나 회사일에 바쁠 때만 왔다. 그들도 근무시간이 있으니 당연한 걸까?
내가 그 전화를 받는다고 해서 휴가 쓰고 서류 떼러 나갈 것도 아니고 귀찮기도 했고, 매니저와 통화할 때마다 묘하게 신경을 거슬리게 해서 그 뒤로 전화를 받지 않았다.
사촌동생 결혼식에 다녀온 뒤에 불타올랐던 노오력을 하겠다는 의지가 조금 꺼져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