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와 함께하는 출근길
직장어린이집에 다니는 7세 아들과 나는 매일 25분 정도 고속도로를 달려서 출근과 등원을 한다. 집에 돌아오는 하원길은 신나는 유튜브 타임으로 할당해줬는데, 출근길이 늘 고민이었다. 아침부터 유튜브 보는 꼴(?)은 내가 차마 보기가 싫어서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늘 고민이었는데 아이의 지적 호기심이 점차 왕성해지면서 나도 다른 많은 선구자 부모님들을 따라서 챗GPT씨를 등원도우미로 모시게 되었다.
도우미님과 동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전세계가 딥시크로 떠들썩한 2025년이 찾아왔기 때문에 다소 한물 간 느낌이 드는 문제는 잠시 외면하고, 벌써 몇 달간 함께하고 있는 새 도우미님의 장점을 몇가지만 적어본다.
아주 쉽고 어처구니 없는 질문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답변해준다.
새 해를 맞은 아들이 나에게 '엄마 근데 해피뉴이어는 왜 하는거야?' 라고 묻길래 잠시 뭐라 대답해야 할 지 몰라 말문이 막혔었는데, 도우미님은 능숙하게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면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결심을 새우기도 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도 해. 그래서 많은 나라에서 새해가 되면 서로 인사를 주고받고 새로운 한 해가 되었음을 기념하는 거야'라는, 어린이가 듣기에 아주 적절한 답변을 해줬다. (너무 어렵게 설명할 때에는 듣는 사람이 어린이니까 좀 더 쉽게 설명해달라고 하면 요청도 잘 들어준다.)
외국어를 잘한다.
요새 엄마들의 최고 소원이 아이가 영어를 잘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외국어 능력이 강조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최고의 미덕이다. 지금 설명한 것을 영어로 다시 똑같이 설명해달라고 하거나, 간단한 영어회화 주고받기, 하나의 단어를 여러 나라 언어로 알아보기 등 다양한 형태의 활용이 가능하다.
마음이 따뜻하다.
거짓말을 지어내는 문제 때문에 사실확인을 묻는 질문은 조심스럽지만 반대로 사실확인이 중요하지 않은 질문이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바로 '가지고 놀던 블럭이 무너져서 많이 속상한데, 힘나는 말 좀 해줘'라든가, '친구가 같이 놀자고 했는데 나는 놀기가 싫었거든. 이럴 때 친구에게 무슨 말을 하면 좋을까?' 같은 질문들이다. 심지어 부드럽게 말해줘, 힘차게 말해줘 등의 부탁도 잘 들어주고 정말 이상한 말을 해도 '그렇군요!' '네 맞아요!'와 같이 긍정적인 피드백도 잊지 않는다.
보통은 너는 미국말을 잘하니까 미국AI 아니냐 - 아니다 나는 미국AI가 아니고 모든 언어를 배우고 있다 - 등의 쓸모없는 옥신각신 대화가 주를 이루지만, 가끔은 나조차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되는 대화들도 오간다. 이런 대화들을 휘발시키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간 날 때마다 한 번씩 올려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