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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흔일지 Jan 19. 2021

일단 알고만 있을께

배곧동 라이더 3 

사무실은 남산한옥마을 후문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충무로역에서 한옥마을을 가로질러 후문을 지나 남산1호터널 방향으로 걸어가다보면

동료들끼리 "깔딱고개"라고 부르는 마의 구간을 지나 사무실 주차장에 도착한다. 

건물 꼭대기층(이라고 해도 꼴랑 3층이다.)이 최종 목적지고, 건물에 엘리베이터는 없다. 

출퇴근길이 고단해보이지만 사실 난 차로 움직이기 때문에 가~끔 차없이 이동하거나 

점심을 먹을 때 빼고는 이동할 일이 거의 없다. 코로나 시국부터는 도시락을 싸오기 때문에 

그 마저도 이동할 일이 현저히 줄었다. 


어제는 2020년에 진행한 프로젝트 경품 이벤트를 배송하기 위해 3층 건물에서 주차장까지 

물건을 나르는 일을 잠깐 했다. 거의 대부부분의 일은 직원들이 하고,

옆에서 깔짝깔짝 소형 택배박스 너댓개 들고 오르내리는 정도? 

왕복 4~5회 정도 하고나니 그 많던 경품들이 깔끔하게 차에 정리되어 있었다. 


"수고했어~" 한마디 날리고, 자리에 앉는데.. .

그 잠깐 사이에 다리가 후들거린다. 택배 상자를 안고 있던 팔 저 안쪽에 미세한 근육의 흔적이

'나 여기 있어요~' 외치듯 쿡쿡~ 찌르는 근육통이 느껴졌다. 


잘못된 자세로 언제나 무거운 어깨통증과는 다른 근육에 힘이 들어가 생기는 근육통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의학적으로도 인정받은 운동부족 환자지만 검사결과지를 서랍 한켠에 쑤셔놓고 모른 척 했는데 

온 몸이 아우성치며 "운동부족이다. 이러다 큰일난다. 너~~~"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경고를 여기 남기는 것으로 일말의 죄책감을 대신해본다. 

일단 글로 남겼으니 다음 신체적 노동이 있을 때까지는 또 잠깐 모르는 척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통증 있는 자리에는 서랍에 있는 동전파스 몇 개 뜯어 붙일 것이다. 

사람, 쉽게 안변한다. 산증인이 여기에 있다. 



배곧동 라이더

여럿이 살아도 어차피 인생 독고다이

혼자서도 잘 사는 삶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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