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 시는 입을 움직여 시를 낭독하는 것이 아니다. 표정과 몸동작을 합쳐져 시를 낭독했다. 팬터마임이라고 하기에는 수어가 들어있고, 수어라고 하기에는 팬터마임 요소가 강했다. 수어 시를 처음 접한 나의 첫인상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 안에서 곰곰이 생각해 본다. 시는 문학이다. 그러면 수어시도 문학일까? 문학은 언어가 아닌 문자로 표현되어야 한다. 그럼, 수어 시는 문학이 아닌 예술일까? 그럼, 수어 시는 하나의 언어(수어)를 통해 예술로 승화한 새로운 농문화라고 정리하면 비슷할까?
수어 시를 처음 알린 수어 민들레 변강석 대표와 나눈 이야기다.
수어 시와 팬터마임과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수어 시는 팬터마임보다 VV (Visual Vernacular)와 비슷합니다.
VV (Visual Vernacular)는 처음 듣는 단어입니다.
VV (Visual Vernacular)는 시각적 토착 문학, 순수한 수어 시 장르는 아닙니다. 수어문학 혹은 수어 예술 장르에 문화적 위치를 부여한다면, 마임과 수어 시는 그 스펙트럼의 양극단에 있으며, 이 두 장르가 맞닿아있는 지점에서 발달한 특수한 형식의 양식이 VV입니다.
변강석 대표는 VV 예술가 이안 산본의 공연을 추천했다. 뜨거운 여름, 나는 이안 산본의 공연을 봤다. 팬터마임을 배운 적이 있는 나는 VV와 팬터마임의 차이점을 찾지 못했다. 나는 다시 변강석 대표에게 물었다.
그럼, 수어 시와 수어 노래와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수어 노래는 청인 위주의 예술입니다. 청인들의 귀와 눈에 수어 노래가 발전하여 농문화와 예술을 잠식해 왔습니다. 수어 노래는 농문화가 아닙니다.
그럼,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수어 시에 관한 학문적 정리가 된 책이나, 논문을 추천해 주세요.
우리나라는 수어 문학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위치에 처해 있습니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변강석 대표와 식사를 곁들인 긴 시간의 대화였지만 나는 수어 시에 관한 어떠한 정의도, 정리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 코다인 조미혜 님을 만났다. 조미혜 님은 코다라는 주제로 수어 시 두 편을 보여줬다. 첫 편은 청인 속에서 살고 있는 코다인 자신을 가시가 가득한 밤송이로 표현했다. 그러다 같은 코다를 만난 후, 가시를 벗고 밤알이 되었다는 수어 시였다. 두 번째 편은 청인들이 농인을 흉보는 소리를 듣고도 농인 부모에게 아무 일도 없다는 수어를 할 수밖에 없는 코다인 자기 모습을 수어 시로 표현했다. 조미혜 님의 수어 시에는 마임, 제스처, 수어의 요소를 결합하여 생생하고, 역동적인 시각적 이야기를 만들었다. 수어 시는 감정을 말이나 글에 의존하지 않고 전달하는 예술이었다. 두 편의 수어 시를 보며 나는 수어 시를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수어 시는 농문화에서 의사소통과 예술적 표현의 중요한 도구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수어 시가 농문화로 자리 잡지는 못할 것 같다. 그 이유는 수어 시를 창작하고 출연하는 이들이 청인(코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수어 시가 농문화로 자리 잡으려면 농인의 참여가 절실하지만, 여러모로 쉽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