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가출했다.

by 윤희웅

형이 가출했다. 가출의 이유는 T자였다. 중학교 기술 시간에 T자는 필수였다. 수업 시간 중에 남에게 빌릴 수 없는 도구였다. 기술 선생은 T자가 없는 학생들에게 모욕적인 발언과 체벌을 했을 것이다. 가난한 부모를 둔 형은 학교가 너무 싫었다. 그래서 14살, 어린 나이에 가출했다. 형이 가출한 지 몇 달이 흘렀을까?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무도 형을 찾지 않았다. 초등학생 나에게는 형의 빈자리가 너무 컸다. 형이 있었기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지 않았다. 형이 있었기에 깍두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형이 있었기에….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형은 골목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형은 청바지에 청 카바를 입고 반짝이는 구두를 신고 있었다. 몇 달 사이에 키도 많이 컸다. 형은 지나가는 택시를 불렀다. “택시 처음 타보지? 오늘 형이 영화도 보여주고, 맛있는 것도 사줄게.”

을지로에서 내린 우리는 국도극장으로 들어갔다. 영화 시작 전 애국가에 가슴이 뛰었다. 자리에 앉아 대한 뉴스를 보며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술에 취한 채 휘청거리며 적에게 강한 한방을 먹이는 성룡의 모습에 우리는 알 듯, 모를 듯한 짜릿한 통쾌함에 주먹을 굳게 쥐었다. 영화관을 나온 사람들은 모두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취권 흉내를 냈다. 나 역시 영화관 앞에서 형과 함께 취권 흉내를 냈다. 형은 자기가 일하는 곳이라며 국도극장 옆에 있는 경양식집에 들어갔다. 사장님에게 나를 소개하고 돈가스를 주문했다.

“돈가스, 두껍게 두 장으로 만들어 주세요.”

형은 돈가스를 기다리는 나에게 수프를 한가득 퍼주며 자랑했다.

“내가 만든 크림수프야. 맛있으면 한 그릇 더 퍼줄게.”

형은 내가 먹기 쉽게 돈가스를 잘라줬다.

“엄마, 아빠는 어때? 누나는? 잘 지내?”

“응, 다 잘 있어.”

“나를 찾지 않아?”

“모르겠어. 그냥 그런 것 같아.”

“그렇구나.”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형은 나에게 용돈을 줬다.

“내가 한 달에 한 번 돈가스도 사주고, 영화도 보여주고, 용돈도 줄게. 대신 엄마나 누나에게 형이 여기 있다고 말하면 안 돼. 약속하지?”

“알았어. 약속할게.”


집으로 돌아온 나는 고민에 빠져다. 돈가스도 맛있고, 영화도 재미있었다. 거기에 용돈까지…. 하지만 단 하나 부족함이 있었다. 집에 형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며칠을 고민 끝에 나는 형과의 약속을 저버렸다. 누나에게 형을 만났으며, 형이 있는 곳을 말했다. 누나는 엄마와 함께 형이 일하는 경양식집을 습격했다. 다 떨어진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돈가스를 두드리고 있는 형을 체포했다. 형은 엄마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엄마와 함께 집에 들어온 형에게 나는 고개를 숙여 잘못을 구했다.

“형, 내가 약속을 어겼어. 미안해.”

형은 고개를 숙인 나를 안아주며 내 귀에 속삭였다.

“잘했어.”


집에 다시 들어오고 싶은 형의 큰 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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