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이 떠나기 얼마 전, 불과 일주일쯤 되었을까, 꽤나 오랜만에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오랜만이라 굉장히 반가운 마음이었는데, 영상을 클릭하자마자 그 반가운 마음은 당황으로 바뀌었다. 낯선 환경에서 낯선 모습으로 라이브를 시작하는 유튜버.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모습, 한 번에 걱정부터 앞서는 그런 모습으로.
호스피스라는 소리를 듣고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10년이 넘도록 용감하게, 씩씩하게, 밝게 투병 중이었는데.
너무도 낯선 그녀의 모습을 보며, 덤덤히 죽음을 입에 올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그냥 계속 울었다.
'설마.'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 상상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말하고 싶었다.
'제가 어떤 분을 아는데, 아니, 제가 아는 사람 통해서 들었는데, 그분은 호스피스까지 가셨다가 극적으로 호전되어서, 퇴원하고 지금까지 잘 살아계셔요! 그때 고비만 넘기면 된대요!'
그런 일이 정말 있다고. 내가 분명 들었다고. 그러니 아직 끝이 아니라고. 다시 좋아질 거라고.
그곳에서 맞는 그런 흔한 결말이 아닐 거라, 아니기를, 난 애써 부정했고, 어딘가에 간신히 초라한 모습으로 자리 잡아힘없이 식어가는 희망에게 계속 먹이를 주었다.
후원금을 보내는 구독자들에게, 곧 죽을 사람한테 돈을 뭣하러 보내냐며, 이제부터 돈 보내는 사람들은 조의금으로 알겠다고, 그러니 보내지 말라고, 시답지 않은 농담을 하는 그녀.
망망대해의 슬픔 속에서 울고불고하는 것도 다 그럴 기운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며, 이젠 그럴 기운도 없다며. 모든 걸 해탈한 사람처럼 그냥 애써 웃고 마는 그녀.
그곳에 더 이상 슬픔이 설자리는 없었다. 아니, 더 이상 허용하지 않았다.
그동안 얼마나, 몇 번이나 그 생각 앞에, 칠흑 같은 어둠의 막연함을 마주하고 서서 두려움에 떨었을까.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오롯이 느끼는 건 얼마나끔찍했을까.
그럼에도 용케 되돌아오는 길을 찾아, 본연의 모습으로 구독자들을 마주하는 그 엄청난 용기와 정신력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
우리는 이제 안다. 세상을 향해 작별 인사를 남기고픈 간절한 마음이었다는 걸.
이제는 그 미지의 세계에서 이 세상 무엇보다도 더 환하게 빛나는 별들을 찾았을까?
이제는 그 누구보다도 자유롭게 새롭고 신비로운 모험을 시작했을까?
여태까지, 그리고 마지막까지, 정말 멋지고, 용감하고, 유쾌한 모습으로 많은 환우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던 그녀를, 그 유산을, 우리가 계속해서 기억하고 간직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