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면 안 되는 시간은 대부분 예고 없이 온다.
내 첫째는 내년이면 중학생이 된다.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시간이 생각보다 훨씬 빨리 와버렸다는 걸 실감했다.
아이보다 내가 늘 한 박자 늦는 기분.
아마 그게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계획적인 부모는 아니며
교육 정보도 찾아보긴 하지만
그 흐름에 매번 올라타는 편은 아니다.
돌이켜보면 기준은 늘 같았고
몸으로 지나온 시간은
머리로 아는 것보다 오래 남는다.
그래서 초등학생 시기만큼은
앞서 가기보다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잠시 머물게 해주고 싶었다.
운동을 하며 버텨보는 시간,
책과 함께 보내는 느린 순간들.
그리고 책 보다 더 오래 남는 것,
경험이라는 이름의 기억들.
재작년 말레이시아에서의 한 달은
그 생각을 처음 확인한 시간이었다.
우리 셋만의 첫 해외 생활.
대단한 의미를 두고 떠난 건 아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시간은
지금까지도 종종 이야기 속에 등장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호주다.
두 번째라서 조금 덜 긴장되고,
그래서 오히려 더 솔직하다.
영어가 늘지 않아도 좋고,
인생이 달라지지 않아도 괜찮다.
낯선 곳에서도
하루는 흘러가고,
생각보다 우리는 잘 적응한다는 감각.
그 정도면 충분하다.
이 글은 여행 정보라기보다
지금의 나를 기록하는 쪽에 가깝다.
그저
이 시간을 지나고 있다는 표시 하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천천히 시작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