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여행의 동반자 나의 불안
출발이 가까워질수록
설렘보다 먼저 오는 건
어김없이 불안이다.
짐을 싸다 말고 괜히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이미 몇 번이나 확인한 일정을
또 펼쳐본다.
빠뜨린 게 있을까 봐라기보다는
마음이 자꾸 지금 자리에 붙들려 있어서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담담하다.
둘째는 이미 말레이시아에서
적응이 얼마나 빠른지 증명한 전적이 있다.
그래서 걱정이 덜하다.
문제는 첫째다.
사춘기가 슬슬 시작될 시기라
아마 모든 게 마음에 안 들겠지.
그리고 그 감정은
여과 없이 나에게로 향하겠지.
그럼 나는 또
괜히 상처받고,
괜히 모든 책임을 혼자 떠안고,
괜히 불안해할지도 모른다.
이미 몇 번이나 겪어본 시나리오다.
사실 이런 긴장은
처음이 아니다.
아이 둘만 데리고 갔던
아주 예전의 제주 여행에서도 그랬다.
계획한 시간에 쫓기며 아이들을 챙기던 중,
심장이 쿵쾅거리다 못해
‘이게 공항 증후군인가?’ 싶은 순간들이 있었다.
이후에도 비슷했다.
사업을 하며 큰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말레이시아에 머물던 때에도
숨이 가빠지거나
가슴이 답답해지는 순간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왔다.
이번에는
그걸 모른 척하지 않기로 했다.
불안을 없애겠다는 다짐 대신,
불안해질 상황을
애초에 만들지 않기로 했다.
일정은 느슨하게,
이동은 여유 있게,
조금 일찍 움직이기.
마음을 다잡기보다
생활부터 바꾸는 쪽을 선택했다.
아직도 나는 긴장한다.
하지만 예전처럼
나를 몰아붙이진 않는다.
이번 여행에서의 목표는
완벽한 엄마가 되는 게 아니라
조금 덜 예민한 어른이 되는 쪽이다.
출발은 아직인데,
이미 연습은 시작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