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인정한 뒤, 일정부터 고쳤다

불안을 없애겠다고 마음먹지는 않았다.

by 이음

불안을 없애겠다고 마음먹지는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그건 이제 나한테 너무 어려운 미션이다.

대신 이렇게 생각해 봤다.

아, 내가 지금 좀 긴장했구나.

이건 의지가 약해서라기보다는

그냥 타고난 성격일 수도 있겠다고.


가만히 보니

내 불안은 늘 비슷한 얼굴로 나타났다.

시간에 쫓길 때,

일정이 빽빽할 때,

‘이번엔 잘해야 해’라는 생각이 앞설 때.

거의 공식처럼 반복된다.


그래서 이번엔

마음을 다잡는 걸 먼저 포기했다.

대신 일정부터 고쳤다.

하루에 한 가지면 충분하고,

이동은 늘 여유 있게,

조금 일찍 움직이는 쪽으로.

생각보다 이게 훨씬 잘 먹혔다.


예전의 나는

계획을 잘 세우는 사람이

센 사람이라고 믿었다.

요즘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나에게 맞는 속도를 아는 사람이

더 센 사람 같다는 쪽으로.


불안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다만 예전처럼

나를 몰아붙이지는 않는다.

아이들을 기다려줄 수 없는 상황을

굳이 만들지 않겠다고

미리 선을 그어두었을 뿐이다.


이번 여행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얻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나를 조금 덜 힘들게 데려가고 있다.

지금은 그걸로 충분하다.

아주 충분하다.

작가의 이전글출발이 가까워질수록, 이상한 건 늘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