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싸다 보면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가도
어느새 아주 진지해진다.
이번엔 특히 그랬다.
다이소에서 산 비누각 통에
새로 산 도브 비누를
굳이 까서 넣었다.
집에서 쓰던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뿌듯했다.
여행을 가는 게 아니라
잠시 이사라도 가는 기분이었다.
친구에게서 받은 소분 용기에는
아이와 함께
간장, 소금, 올리브오일을 나눠 담았다.
“이건 국 끓일 때,
이건 볶을 때.”
설명까지 붙이며
괜히 야무지게 굴었다.
이쯤 되면 여행 준비라기보다는
생활 준비에 가깝다.
캐리어 무게 측정 저울은
저저번 여행부터
당당한 필수템이 됐다.
위탁 수하물 무게에
거의 맞춰 닫히는 내 캐리어를 보면
나는 늘
짐을 이고 지고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그래도 이번엔
혼자만의 계산이 있다.
식재료가 많으니
먹을수록 가벼워질 거라는,
아주 치밀하지는 않지만
나름 합리적인 기대.
계획이라 부르기엔
조금 민망한 수준이지만.
캐리어를 닫으며 생각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단단하게 준비한 건
짐보다 마음일지도 모르겠다고.
어쨌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는 떠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