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보다 무거운 건 늘 마음이었다

(그리고 다행히 가벼워졌다)

by 이음


나는 안전에 민감한 사람이다.

같은 상황에서도

늘 한 번 더 걱정하고,

한 번 더 확인한다.

불안은 성격에 가깝고

그래서 생각은 자주 많아진다.


그래서 이번 여행을 준비하며

의식적으로 생각을 줄이려 했다.

모든 경우의 수를 떠올리는 대신

지금 할 수 있는 것까지만 하자고.

그게 나에게는

꽤 큰 연습이었다.


이상한 건,

이번엔 아이들에게

조금 기대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는 점이다.

늘 내가 앞에서 끌고 가는 쪽이었다면

이번엔

옆에서 같이 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작년 7월부터

우리 셋은 말해보카로 영어를 공부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아이들은 생각보다 성실했고,

가끔은 나보다 더 진지했다.

그 모습을 보며

이번 호주 생활이

아이들에게는 ‘공부’가 아니라

도전이고, 탐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전히 불안한 어른이지만

이번만큼은

관찰자의 자리에 서보려 한다.

아이들이 부딪히고, 말 걸고, 웃는 모습을

조금 떨어져서 지켜보는 역할로.


캐리어는 무겁다.

여전히 무겁다.

하지만 마음은

출발을 앞두고

조금 가벼워졌다.

그게 지금의 나로서는

충분히 좋은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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