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바쁘게 살다 보니 30분 거리인 본가도 잘 가지 않는데, 언제 오냐는 엄마의 전화에, 한 달 만에 시간을 내어 본가에 갔다.
오랜만에 만난 엄마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자기의 일상 얘기를 하느라 바빴는데, 요즘 집 앞 헬스를 다니느라 자신도 바빴다고 한다. 헬스를 다니면서 나이는 다 다르지만 친구들도 생겼고, 그 친구들과 운동이 끝나면 매일 점심을 같이하는 게 낙이라고 하는데, 점심 먹기 전에 늘 외치는 구호 같은 게 있는데 그 구호가 “나를 위해 살자.”라고 하였다.
처음에는 엄마의 잔소리겠거니, 또 재미없는 얘기겠거니, 옆으로 누워 듣는 둥 마는 둥 듣던 엄마의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었던 건 내가 유부녀가 되어서일까,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일까, 자세를 고쳐 앉아 맞장구를 치며 집중하여 들어보았다.
모두들 각자 남편이나 자식들을 위해 살던 엄마들이 운동을 하다 만나 서로의 처지를 안쓰러워했고, 그 이유로 운동을 끝나고 점심을 먹을 때마다, 자신을 위해 살자는 구호를 외치면서 식사를 하고, 평소에는 안 먹어봤던 강남 호텔 뷔페도 먹으러 다니고, 이번에는 벨리댄스 페스티벌 무대에도 같이 올라갔다 왔다고.
딸 둘을 키우느라 희생적이었고, 딸 둘을 다 키워놓으니 첫째 딸의 딸을 키워야 했고, 할머니를 케어하시느라 자기 자신이 없던 엄마가 조금은 자신을 찾은 것 같아, 다음 공연엔 꽃다발을 들고 찾아가겠다고 말하였고 너무 못해서 다음엔 무대에 못 올라갈 거 같다는 쑥스러워하는 엄마에게 재밌지 않냐며 못하면 어떠냐고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엄마인생에서 딸 인생을 신경 쓸까 일부러 자주가지 않는 거라고 귀찮음을 덮은 핑계를 대 왔던 나는, 엄마의 미소 띤 얼굴을 보며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니, 딸들한테 얼마나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하고 싶었을까, 미안함이 흘러나왔다.
엄마 보러 자주 갈게,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