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란한 세가구로 살고 있는 언니네 가족이 첫 번째 아파트를 장만한 기념으로 모여서 저녁식사를 하자고 상기된 목소리로 전화를 한 셋째 날 뒤 토요일이다. 이전과 상반된 목소리로 예전에 도어록 필요하냐고 물어봤던 것을 기억했는지 도어록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도어록? 웬 도어록? 도어록 없지." 뒤이어 언니는 화난 목소리로 "엄마는 무슨 너한테 도어록이 있대"라고 혼잣말을 하고서는 알았다고 말을 하고 통화를 종료하였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하던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업무를 마치고 볼일을 보고 있던 찰나에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어색하게 웃으며 언제 오냐며, 엄마는 언니네 집에서 앉아있다고. 그제야 무슨 영문인지 엄마한테 여쭈어보았고 내용은 이랬다. 언니네 가족이 아파트를 장만하였고, 바쁜 와중에 이사를 마쳤는데 달려져 있던 도어록이 이상해서 언니네 가족이 바빠서 시간이 없으니, 엄마가 대신 도어록 비밀번호를 바꾸면서 고쳐주려고 만지다가 고장이 났고, 비밀번호가 바꿔진 줄 알았던 엄마는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고, 그대로 잠겨져 버렸던 것이다. 밖에서 집에 들어가지 못해 당황해하다 엄마는 자신이 도어록을 고장 냈으니 본인이 고쳐줘야겠다는 생각에 수리공을 불렀고, 수리공은 엄마에게 도어록 비용을 40만 원이라고 불러버린 것이다. 엄마는 수리공에게 도어록을 바꿔달라고 요청을 한 후에, 그래도 언니네 집이니 얘기는 해야겠다고 판단하여 형부에게 전화를 하여 상황을 설명하였고, 형부는 수리공이 엄마를 도어록을 모르는 60대 중년쯤으로 보고 비용을 비싸게 불렀다고 생각하여 화가 나서 "어머니 왜 말씀을 안 하셨어요~ 우선 수리 취소하시고 수리공 다시 보내세요." 하지만, 이미 수리공은 도어록을 교체할 생각에 이전 도어록을 망치로 부숴놓은 상태라 형부는 엄마한테 수리공에게 전화를 바꿔달라고 하였고 수리공에게 도어록을 그렇게 부숴버리면 어떡하냐고 화를 내었고, 해체비용 8만 원만 내기로 하고 수리공은 해체만 하고 가버렸다고.
내용을 들은 나는 엄마의 어색하게 웃으며 언제 오냐는 말에 어릴 적 뛰어가다 정수기를 넘어뜨리고 혼날까 봐 불안해하면서 엄마를 기다리던 시절이 생각나 웃으면서 "그런 일이 있었어? 이사 액땜했네~ 언니 성질 더러운데, 또 형부한테 전화받고서 엄마한테 뭐라 했겠네?"라고 엄마를 달랬다. 엄마도 그제야 마음이 좀 달래졌는지 웃으면서 안 그래도 언니가 전화로 한 바가지 쏟아붓고 끊었다는 말을 듣고선 별일 아니라는 듯이 웃어주면서 곧 간다는 말을 남기며 전화를 끊었고, 신랑이랑 함께 차를 타고 언니네 집으로 향했고 이제 저녁식사를 즐기면 되는 줄 알았는데 내용은 이제 시작이다.
가족들이 모이자마자 이야기의 주제는 도어록이었고, 이전 도어록과 같은 모델의 도어록은 단종이었으며 형부는 바로 설치할 수 있는 도어록과 수리공을 알아보기 시작하였다. 주말 토요일 저녁 밤 10시에 바로 와서 도어록을 설치할 수 있는 수리공은 많지 않았지만 그중 적당한 가격에 협의하였고 두 가지 요청을 하였는데, 첫 번째는 가족들과 저녁식사 시간을 보내야 하니 와서 신경 쓰지 않게 알아서 설치를 해달라는 것, 두 번째는 이전 도어록 사이즈에 맞게 할 것, 그렇지 않으면 안쪽에 다른 페인트칠이 보여 문에 이질감이 들 테니까.
웃으면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이제 도어록 수리공만 기다리고 도어록만 잘 달면 끝날 일이었다. 수리공이 왔고 가족들은 수리공을 웃으면서 맞이하였다. 아빠는 젊은 청년이 인사성도 바르고, 도어록 설치할 때 어두워서 보이지 않는다고, 불을 비춰줘야 할 것 같다면서 밖에 나가서 조명을 들고 설치가 끝날 때까지 옆에 조명을 비춰주고 옆에 같이 있어주셨다. 그렇게 도어록 설치가 끝났고, 나가서 확인을 해보니 도어록은 잘 설치가 되었는데, 사이즈가 이전 도어록보다 작았고 이전 도어록보다 아래쪽에 달려서 현관문의 색은 회색인데, 이전 도어록 안쪽의 문 색은 파란색이었어서 파란색이 빼꼼 보이는 것이다. 형부는 수리공에게 이 부분에 대해서 왜 미리 얘기를 해주지 않았는지에 대해 얘기했고 수리공도 인지를 하고 죄송하다고 "어떻게 해드릴까요?"라고 얘기를 했지만 시간은 밤 11시가 넘었고, 이미 도어록은 잘 되고 있고 설치도 잘 된 상태였다. 모두 다 난감해하고 있는 상황에 아빠는 도어록도 잘 되고 있고, 이미 달았으니 본인이 페인트를 문과 같은 색으로 칠해주겠다며, 그냥 넘어가자고 하였고 그렇게 수리공에게 비용을 주면서 일단락되는 줄 알았다.
다시 저녁식사 아니 이제는 술자리를 이어가며, 아빠와 18년 단짝처럼 지내던 형부가 아빠에게 서운하다고, 아버님은 왜 늘 가족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남을 더 위해주시냐고, 수리공에게 충분한 비용을 주었고, 가족식사를 할 테니 도어록을 설치해 달라 라는 요청을 하였는데 조명을 왜 비춰주고 있으셨고, 왜 내편을 안 들어주고 수리공 편을 들어주시는지, 내가 오히려 아버님의 가족이 아니냐고. 아빠는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버렸고, 그 이후에 언니는 형부에게 그래도 그렇지 우리 아빠에게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냐고 하면서 언니와 형부의 시댁과 친정 서로 누가 뭐를 얼마나 더 해줬는지 뭘 더 얼마나 못 해줬는지의 싸움으로 번졌고, 엄마는 이 부분이 모두 다 자기의 탓이라고 다 내 잘못이라고 얘기하고, 모두가 불편한 마음으로 그날의 저녁식사 자리는 끝이 나 버렸다.
이후 아빠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빠는 조명을 혼자 비추고 계셨는데 사위나 딸들 모두 자기가 서로 비추겠다는 얘기 없이 자기 혼자 조명을 비추고 계셨다고, 이 부분이 서운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가서 새벽 내내 마음이 불편해 잠이 오질 앉아 한동안 앉아계셨다고.
엄마 아빠, 언니도 나의 가족이고 형부도 나의 가족이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던 나는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어느 누구를 떠올려도 가슴이 미어져 올 만큼 이 날의 누구든 가해자는 없었다. 피해자만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