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이 서러울 때

by 명선

슬펐던 일을 떠올리라고 하면, 할머니의 팔순잔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게 할머니의 팔순잔치라고 얘기하면 할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겼거나, 혹 팔순잔치에서 사고가 났을 거라고 예상을 하고 슬픈 눈으로 이야기를 들을 준비를 하는데, 할머니의 팔순잔치는 성공적으로 시작해 성공적으로 끝났다. 내 기억에 따르면 그날의 팔순잔치는 할머니의 생신잔치지만, 가족 모두가 생일인 것처럼 행복해했던 순간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어렸을 적부터 나는 매 순간마다 구성원으로 속해있지만, 제삼자의 입장으로 객관적으로 생각하려는 장점인지 단점인지 모를 습관 같은 것이 있는데 그날도 제삼자의 입장으로 할머니의 팔순잔치를 바라보았다.


가족 너 나 할 것 없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니 괜스레 서러워져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유 없는 서러움의 감정에 당황스러워하며 눈물을 황급히 닦았지만, 서러움의 감정은 더욱 복받쳐 올라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어 서럽게 울면서 홀로 집에 돌아갔던 기억이 10년이 넘은 지금까지 선명한 거 보면 그때의 그 서러움의 감정은 따뜻함의 서러움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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