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부부의 날
“여보. 당신, 술 끊은 지 얼마나 된 지 기억해?”
“어? 나 원래 술 안 마시잖아.”
아내의 말에 답변을 했다가 잠시 후 피식 웃었다. 그녀는 다큐멘터리 같은 성격이라서 농담을 잘하지 않는데, 이 질문은 그녀의 농담이었기 때문이다.
조금 전 아내가 말한 술은 ‘입술’이다. 잠시 생각해 보니 연애할 때는 자주 하던 뽀뽀와 키스의 마지막이 언제인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실 아내의 입술을 멀리하게 된 계기가 있다. 어느 날 누적된 피로 등의 이유로 입술에는 포진이, 입 안에도 구취와 염증이 생겼다. 당시 아내의 감염 예방을 위해 일부러 아내의 입술을 피한 것도 있지만, 치료 기간이 길어지게 되면서 그동안 해왔던 달콤한 행동이 어느덧 일상에서 조용히 벗어났던 것이다.
사람들은 결혼 후에 남편과 아내가 변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정말 그들의 마음과 행동이 변한 것일까? 어쩌면 연애 때 떨어진 시간보다 결혼하고 함께 있는 시간이 더 길기 때문에 같은 마음과 행동을 보여주더라도 그것이 짧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술 이야기가 나온 김에 사람에게 가장 좋은 술이 무엇일까 잠시 생각해 본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은 몸에 해롭기 때문에 끊어도 된다. 물론 와인 같이 일정량을 마시면 건강에 도움이 되는 약술도 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사람에게 가장 좋은 술은 ‘입술’이다.
입술은 음식을 먹기 위해 꼭 필요한 인체 부위지만, 연애 때는 사랑의 언어를 속삭여 주고, 키스를 통해 서로를 사랑한다고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키스는 서로를 사랑해야 할 수 있는 로맨틱한 몸짓이다. (물론 정욕에 끌려서 하는 일부 사람들도 있다,)
키스는 시작하기 전에 강렬한 눈 맞춤을 통해 자신의 마음 표현하게 되는데, 그의 눈에 내가 담기고, 내 눈에 그를 온전히 담는 그 순간이 바로 달콤한 키스 타임이다.
키스를 안 해 본 사람은 키스가 어떤 것인지, 어떤 느낌인지 알 수가 없다. 키스하는 장면을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봤겠지만, 상상하는 것과 자신이 직접 경험으로 느끼는 것은 전혀 다르다. 키스는 글이나 영상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체험하는 것이다.
사랑이 담긴 키스는 상대방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 게다가 스트레스 감소나 충치 예방, 면역력 향상, 칼로리 소모 등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는 과학적 사실은 이미 수많은 언론 기사를 통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한편, 키스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달콤했다, 황홀했다’ 등 감미롭고 좋은 이야기도 있지만, ‘더러웠고, 찝찝하고, 별로였다’ 등의 이야기도 간혹 듣곤 한다. 전자의 경우 키스할 때의 분위기, 장소, 몸 상태, 마음가짐, 키스 테크닉 등이 적절한 경우일 것이고, 후자의 경우라면 아마도 그 반대의 상황 속에서 키스한 경우일 것이다.
키스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알코올이나 담배 냄새 같은 것을 느끼고 싶어서 한 행동이 아니다. 키스하는 과정을 통해 상대방의 채취와 온기를 통해 전해지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려는 아름다운 몸짓이다. 그래서 키스가 짜릿한 것 아닐까?
ps. 글을 쓴 후 달력을 보니까 오늘은 5월 21일 부부의 날이네요. 사랑하는 남편에게, 아내에게 다들 오랜만에(?) 찐한 키스의 선물을 해 보시라고 글을 올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