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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서 실패했다고 생각될 때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아이의 마음

by 제롬

결혼도 그렇듯 모르면 용감하다.

오픈워터과정은 스쿠버다이버가 되기 위한 첫 과정이지만 다음 단계인 어드밴스보다 어렵다. 바닷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중요한 방법을 배우기 때문이다.


호흡기 빼기 3단계, 마스크 빼고 다시 쓰기 3단계, 부력기와 산소통 빼고 다시 입기 과정을 이론으로 배우고, 제한수역 즉 수영장에서 배우고, 바닷속에서 직접 실습하는 단계로 이루어진다.


펀다이빙이 문제였다. 이 모든 과정을 안전한 마스터가 대신해주었기 때문이다. 모두 해결해 줄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 나는 호흡만 신경 쓰면 되었다. 하나 더 있다. 나의 두려움만 넘어서면 되었다.


엄마 품에서 떠나 결혼을 하든 독립을 하든 그제야 생존을 위한 구질구질 또는 소소한 일들을 모두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된다. 대신해 주었던 팔자 좋은 시절이 끝나야 하루하루 살아가기 위해 해야 하는 많은 일들이 얼마나 크고 무겁고 힘든 것이었는지를 알 게 된다.


펀다이빙은 바닷속에 들어가기 전에 앉아 있으면 부력조끼와 산소통을 끼워진 부력 기와 함께 풍덩 만 하면 되었다. 겨우 그것이면 즐길 수 있었다. 세상이 쉬워 보였을 때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무식해서 용감하면 좋은 점이 있다. 여하튼 세상에 있는 것을 다양하게 시도해 볼 수 있다.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따러 세부에 온 것은 그런 선택의 중의 하나였다. 바닷속의 그 고요함을 맛보기 위해서 걷기도 싫어하던 내가 후덜거리는 다리로 납으로 된 부력조절 벨트를 들어 올려 메야했고, 20키로는 넘을 산소통을 메고 떨어지지 않는 다리를 옮겨야 했다. 그제야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기본값들이 있다는 게 생각이 났다.


이런 부수적인 문제들은 그나마 가벼운 문제였다. 두려움을 넘어서야 할 수 있는 것이 다이빙이었다. 전날까지도 풍덩풍덩 들어가던 아이가 바닷속을 들어갈 수가 없단다. 코로 물이 들어가는 것 같은데 자신이 조절할 수가 없고 마스터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괜찮다고 하면서 다시 시도하라고 손짓만하고 자신을 수면위로 올려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나처럼 아이도 펀다이빙처럼 그저 풍덩 빠지면 알아서 다해주는 마스터가 있는 줄았던 것이다. 자격과정은 그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어서 어느 정도는 계속 머물러 스스로 조절하고 익힐 수밖에 없는데 그것이 공포심을 만들었고 이내 포기하게 되었다.


자신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고 구조를 요청해도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결국 오픈워터 자격을 이수하지 못했다. 두려움을 느낀 것이다. 아이는 실패감을 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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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괜찮아, 새로운 경험을 했잖아

아이: 안 괜찮다고. 여긴 스쿠버다이빙 자격을 따로 온 건데 못 딴 거잖아!


나: 너무 속상한 거야?

아이: 어. 실패한 거야!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실패한 게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 말이 마음에 와닿을지, 위로가 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나도 자격을 못 땄다면 '괜찮아 좋은 경험한 거야..'라고 생각할 자신이 없었다. 결과는 중요했고 나도 자격증을 취득하는 게 더 멋져 보일 것 같기 때문이다.


괜한 위로를 하지 않기로 했다.


11살 아이가 실패했다는 생각을 한다는 게 낯설게 느껴졌다.. 그 마음이 어디에서 왔을까...



스크린샷 2025-04-13 214131.png 7살이던 하늘이는 그때도 지금도 자기만의 기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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