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요'에 담아낸 아이의 재치~~
출근하면 업무수첩을 펴고 오늘 내일 일정을 체크한다. 내일은 호성이가 체험학습을 낸 날이었다. 2주 전 호성이(가명) 엄마가 제출한 신청서에는 장소와 기간, 함께하는 사람까지 자세히 적혀 있었다. 호성이가 가족과 오월드 놀이공원에 간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호성이에게 잘 다녀오라는 말을 하려고 대화를 시작했다.
나: 호성아, 내일 체험학습 가네?
호성이: 네!!(순간 얼굴이 달덩이처럼 환해진다.)
나: 진짜 좋은가 보다. 어디 가는데?
호성이: 몰라요. 이따가 6교시에 알 수 있어요.
호성이는 모를 리 없었다. 한번 말한 것은 좀처럼 잊지 않는 자폐성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잘 잊어버리기 때문에 학교에 있는 다양한 행사를 미리 아이들에게 얘기해 준다. 그날 아침이 되면 호성이는 줄줄이 하루 일정을 주제와 장소와 이유까지 한 번에 말해준다. 잊는 법이 없다. 나의 빈틈을 호성이가 메꿔준다.. 그런 호성이가 모른다는 말에 나는 어리둥절했고 이상하다고 생각이 되었다.
나: 호성아? 정말 몰라? 엄마가 분명히 말해줬을 텐데...
호성이: 몰라요. 이따가 6교시에 알 수 있어요.
나: (나는 힌트를 줄 요량으로) 체험학습 신청서에 적혀있던데?
호성이: 몰라요. 이따가 6교시에 알 수 있어요.
나: 어? 왜 6교시야?
호성이: 몰라요. 이따가 6교시에 알 수 있어요.
난 순간 진지해져서 정말 호성이가 이걸 모르나 하고 잠시 생각했었다. 이상하지만 모를리 없다고 생각하고 넘어갔다. 6교시 수업시간 종이 울렸다. 갑자기 호성이가 소리쳤다.
호성이: 내일 체험학습은 오월드로 가요~!
나: 어..?!! 그래 잘 다녀와~~...
(뭐지? 어? 그래 너 원래 알고 있던 거잖아.... 뭐지? 이건... )
이상하고 궁금했지만 물어본다고 호성이도 말해 줄 것 같지 않아서 더 묻지 않고 너무 환하게 웃는 얼굴에 그냥 웃음이 나서 신나겠다고 잘 다녀오라고 말했다.
이 미스터리한 상황이 주말을 보내며 문뜩 떠올랐다. 그건 호성이가 농담을 한 것이었다.
자기에게 선물 같은 그날을 짠하고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호성이의 마음을 먼저 보기보다 자폐성아이의 특성에 비추어 호성이의 말과 행동을 보고 있었다. 마음을 보았다면 바로 알았을 텐데 그보다 앞서서 내가 보는 프레임은 자폐성 장애라는 틀안에 있었다.
나는 자폐성장애 아이가 농담을 할 수 있다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호성이가 농담을 하다니... 너무 재치있지 않나... 와! 대박!!
"호성아! 그거 농담이었어?" 너무 묻고 싶어서 ...
출근이 기다려지는 아주 신기한 일요일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