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이 지나고 또 다른 일 년이 시작되었다. 2023년의 첫날 1월 1일에는 소중한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뉴욕에 사는 친구, 학창 시절을 같이 보낸 친구들과 오랜만에 보는 얼굴을 보니 마음이 다 따스해지는 시간들이었다. 작년 말 나는 졸업연주를 하고 바로 싱가포르에 가서 콩쿨을 하고 왔다. 일 년간 밀린 콩쿠르를 끝내고 오니 마음이 다 후련했다. 오랜만에 콩쿨이라 스트레스도, 걱정도 많았지만 따듯한 나라에서 값진 경험을 하고 왔다. 오랜만에 글을 쓰는 거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콩쿠르가 끝나고 마음이 후련해지는 동시에 새로운 해를 맞이하니까 조금은 더 성장한 내가 된 것 같다. 정신적으로도 조금 더 건강한 내가 되었고 여유로운 마음을 연습할 수 있는 내가 되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법은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노력이라도 하려는 내가 조금은 대견스럽다. 마음을 조금 내려놓으니 가장 쉬운 게 ‘용서’이다. 어렸을 때 같으면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를 되로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었다면 지금은 내가 받은 상처를 남에게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았는지는 기억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상처는 다치지 않게 기억했다가 내가 남에게 똑같은 방법으로 상처 주지 않게 노력한다. 그렇게 누군가를 용서하고 사랑하는 걸 배웠다. 이제 나이를 먹으니까 나에게 득이 되지 않는 생각들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나는 성격상 안 좋은 일들이나 말들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해 심리적 자학을 하는 과거를 보냈지만 조금씩 나이를 먹을수록 체력도 예전 같지 않고 독이 되는 생각들을 할 에너지도 없다. 예전에는 크게 다가왔던 일들이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음을 깨닫고, 과거에 머물지 않고 조금 더 성장할 나를 위해 미래에 시간을 쏟기로 했다.
사실 나는 굉장히 부정적인 사람이었다. 지금도 가끔씩은 자기 연민에 빠져 부정적인 생각에 잠길 때도 있지만 열심히 헤처 나오려 노력하는 요즘이다. 한국의 ‘음악’ 세계는 나의 열등감을 돋아나게 했다. 나는 항상 누군가보다 더 잘해야 하고 더 잘나야 하고 더 연습해야 한다는 게 뇌리에 박혀버려서 지워내기가 참 어려웠다. 하지만 그렇게 노력한들 끝엔 누가 있을까, 열등감으로 항상 타깃을 정해 그 사람보다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나 밖에 없을 것이다. 나에게 초점이 맞춰진 삶이 아닌 남에게 초점이 맞춰진 삶을 어떻게 인생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럴 시간과 에너지가 있다면 나에게 조금 더 신경 써주고, 물어봐주고, 돌보아주는 게 나를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나를 위해 남을 용서하고, 나를 위해 타인을 사랑하고, 나를 위해 나를 사랑하는 게 나의 한 해의 목표고 끊임없는 목표이다. 지나갈 것은 지나가겠고 남을 것은 남기에 너무 힘쓰지 않을 것.
괜찮아, 시간이 다 해결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