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 여행 : 가족 & 행복
행복의 순간을 떠올리는 시각화는 가슴을 뛰게 한다. 행복의 마음과 연결할 수 있는 순간들이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은 여전히 크지만 떠올릴 수 있는 행복의 순간들은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호텔은 시내 중심부!”
“아니야, 이번 여행에는 호수가 있으니 호텔이 아니더라도 해변가에서!”
“가고 싶은 곳이 많지만 그래도 시칠리 해안에서 2일은 꼭!”
아내와딸의 요구사항은 끝이 없다!
매번 여행 준비 과정에서 가족들의 요구 사항들이 많다. 유럽에서의 16여 년 동안 가족 여행을 많이 다녔다. 일정의 초안을 짜고 매일의 세부 여정을 정리하여 아내와 두 아이에게 승인을 받는 과정은 항상 긴장되는 순간이다. 가족들의 제안을 듣다 보면 준수한 수준의 여행자의 안목을 가졌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이 모여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 여정을 수정하는 과정도 작은 행복이다.
2017년 여름의 도전 지역을 몰디브로 정했다. 몰디브의 위치를 고려할 때 쉽지 않은 루트였지만 살고 있는 터키에 직항이 있기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가족 모두가 꼭 가고 싶어 하는 곳이다. 이번 여정 계획은 이전의 여행 준비 과정과는 다르게 아무런 조정 없이 무사히 통과되었다. 아이들은 한 달 전부터 다소 흥분된 상태다. 매일 저녁, 두 딸이 보여주는 모습은 평상시 공부할 때와는 많이 다르다. 여기저기 뒤져서 필요한 정보를 찾고, 체류할 10일간의 상세 일정을 짜고, 가서 하고 싶은 것들을 각자 리스트업 한다.
우리는 중앙 정원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저녁 식탁에 앉아 아이들은 터키 차이(차)를 마시고 나와 아내는 진한 커피를 마신다. 저녁 이 시간에 거실 창문을 열면 시원한 바람 소리, 중앙 정원에서 들여오는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정겹게 들린다. 식탁에서 우리 아이들이 나누는 얘기를 듣고 있으면 이미 몰디브에 와 있는 듯하다.
“몰디브엔 섬이 1200여개나 있대. 섬마다 리조트나 호텔이 있으니까 좋은 섬에서 즐기고 싶으면 좋은 호텔을 선택하면 되는데 아빠! 이번에 엄청 좋은 호텔 예약했네! 가서 아빠 원하는 거 다 해 줄게.”
막상 몰디브로 가면 뭘 해줄 것으로 기대를 안 하지만 다 큰 아이가 애교를 부리는 그 모습은 참 이쁘다.
“몰디브는 터키처럼 이슬람이 종교래. 우리가 먹고 싶은 것들이 다 있을까?”
둘째 아이는 종교를 언급하면서 혹시 먹을 것에 제약이 있을지를 우려한다. 아이들은 출발일까지 매일 저녁 식탁에서 몰디브 플랜을 짜고 수정하기를 반복한다. 마치 전투 전략을 짜듯이 결연하고 치밀하다. 10일 동안 잠도 안 잘 기세이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고 있으니 행복의 마음이 넘친다.
이 세상에 태어나 우리가 경험하는 가장 멋진 일은 가족의 사랑을 배우는 것이다
- 조지 맥도널드 -
우리는 여름의 색이 짙어가는 날에 약 8시간 비행 후에 몰디브 섬으로 가는 기착지인 말레 상공으로 접어든다. 비행기 양쪽 창가로 각 열에 앉은 사람들이 몰려 밖을 내려다보면서 감탄을 쏟아낸다. 서정주 시인의 “푸르른 날”의 시 구절처럼 바다는 눈이 부시게 푸르고 청명하다. 너무 맑아 멀리서도 바닷속이 훤히 보이는 것 같다.
2017년 6월의 여름은 그렇게 코끝으로 시원하고 상쾌한 바다 향이 가득하게 스며드는 듯하다. 곳곳에서 파도가 갈라져 햇살을 반사한다. 섬들은 푸름에 물든 바다 틈틈이에 떠있고 초록으로 멋을 내고 있다. 섬들의 가장자리에는 아카시아 꽃잎 모양, 지네 모양, 뱀 모양, 우주괴물 모양 등의 방갈로들이 질서 있게 줄을 서서 하늘하늘 움직이며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한다.
“이렇게 많은 섬 중에서 우리가 가는 섬은 어디야?”
“사진과 비슷한 우리 섬은 저기 오른쪽에 보이는 거 같아.”
창가에서 내려다보는 앞뒤 좌석 가족들의 아이들은 보물찾기 게임을 하는 것 같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푸름에 겨운 청명한 바다는 머릿속을 맑게 하고 아름다움에 감탄을 하게 하고 마음은 행복에 빠지게 한다.
기착지인 말레에 내려 목적지 섬으로 가기 위해 가이드와 함께 수상 비행기로 옮겨 탔다. 아이들은 밖이 잘 보이는 창가로 자리를 잡는다고 흩어져 앉았다. 더 가까이 내려다보는 각 섬의 자태는 눈을 시리게 한다. 자연의 아름다움, 이 광경을 표현할 적당한 단어가 내 머릿속엔 없다. 섬섬이 자태를 부리고 청파녹백 四色이 수를 놓아 먹구름도 피해 가는 이곳은 낙원 임이 분명하다.
1시간쯤 후, 델파이섬에 도착한다. 하늘에서 아름다움, 청명 함에 이미 취한 상태인데 섬에 발을 딛자 몰려드는 싱싱한 바다 내음은 정신을 더 혼미하게 한다. 파란색 티 셔츠의 호텔 직원들이 나란히 서서 환한 미소로 환영해 준다. 만약을 대비한 주의 사항 등을 설명해 주는데 보이는 것에 맘을 뺏겨버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마음은 이미 바닷속에 들어가 있다. 빨리 짐을 풀고 맑디맑은 바닷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생각뿐이다. 아내와 아이들의 표정을 보니 나와 생각이 같음을 바로 알 수 있다. 이들은 연신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고 있고 이미 섬 전체를 파악한 듯,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묵을 방으로 안내를 받고 방을 확인한 후, 방갈로 전체를 돌아본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들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방갈로에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아내에게 짐 정리를 맡기고 아이들 보호 명분으로 나도 바다로 바로 뛰어들었다. 바다 물은 따뜻하고 물은 너무 맑아 깊은 곳까지 보인다. 방에 비치된 스노클링 장비를 끼고 물속 관광을 한다. 방갈로에서 제법 멀리 갔음에도 물이 깊지 않아 물속 온 동네 주민들과 인사를 나눈다. 산호초, 열대어, 작은 상어들이 많다. 물속에서 아이들은 이들을 쫓아다니고 이들은 아이들을 피해 도망 다니며 즐거움과 재미가 가득하다. 그런데 누가 쫓는 역할이고 누가 쫓기는 역할일까?
저녁에 이국적 정취의 옷으로 멋을 낸 후에 바닷가에 준비된 Table에 자리를 잡는다. 낮과는 달리 형형 색색의 불이 켜지고 곳곳에 모닥불도 지펴진다. 밀려드는 파도 소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더 뚜렷이 스며드는 바다 향기는 기분을 맑게 한다. 바닷가 곳곳에서 들려오는 7080 감성의 “staring staring night” 음악은 감정의 빈틈에 스며들어 분위기를 돋운다. 아내와 아이들의 얼굴도 상기되었고 이국의 정취에 맘껏 취해보려는 기세이다. 가족들과 이 아름다운 저녁을 즐길 수 있음에 감사하고 행복하다.
먹을 것에 대해 걱정을 했던 둘째는 자기 세상을 만난 듯하다. 매일 다른 메뉴로 준비되는 저녁은 오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세계의 맛집들을 경험하는 것 같다. 천연의 과일은 더욱 맛에 대한 감각을 깨운다. 특히 패션푸르트는 원 없이 먹고 갈려고 한다. 이태리 음식 담당 셰프와 벌써 친해져 자기 입맛대로 주문하고 음식을 즐기고 있다. 바비큐 코너 담당과는 마치 친구처럼 얘기하고 원하는 부위, 원하는 만큼 챙겨서 즐긴다. 대학생인 첫째와 아내와는 풍미를 가진 드라이 레드와인으로 분위기를 즐긴다. 소믈리에와는 첫날부터 인사를 나누었고 우리의 입맛에 맞는 와인을 매일 추천해 준다. 매번 만족스러운 맛이다.
이국의 정취 아래서 맛있는 음식과 입안을 감동시키는 와인과 감성의 음악과 가벼이 철석이는 파도 소리와 쏟아지는 별빛의 조명아래에서 가족과 같이 즐기는 이 시간을 어찌 표현하는 게 좋을까?
아침엔 늦잠을 잘 수가 없다. 이른 시간부터 햇살이 들어 몸이 먼저 반응을 한다. 놀 시간이다. 하루는 스킨스쿠버, 또 하루는 고래 만나기, 또 하루는 standing surfing, 또 하루는 카누, 또 하루는 indoor 수영, 또 하루는 스노클링. 매일 다른 프로그램으로 탐험과 비타민 Sea를 충족한다. 매일 살색이 짙은 검정으로 변해 가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둘째는 이미 눈 빼고 모든 부분이 검은색으로 변했고 첫째 딸의 살갗은 벗겨지기 시작한다. 나는 틈틈이 야자수 그늘 밑의 해먹에 누워서 낮잠을 청하기도 한다. 꿈도 몰디브 내용이다. 아이들이 수영을 할 때 아내와 나는 그늘 옆 카페에서 코코넛 주스를 마시며 지나온 얘기들도 한다.
행복은 늘 내 곁에 있다. 어디 갔나 찾을 때마다 내 가까이에서 항상 모습을 드러낸다. 나의 이 느낌을 오래전 퀴리부인도 느꼈었나보다. 가족과 하나가 되어 있다는 느낌이 이 세상에서 유일한 행복이라고. 온전히 가족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가족들이 맺어져 하나가 되어있다는 이 느낌. 바로 이 느낌이 가장 큰 행복인 것이다. 몰디브 여행은 나에게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일깨워 주었다. 가족과 함께 할 때 행복도 함께 하고 더 깊어진다는 것도..
마지막 날 밤에 가족들을 위해 특별 이벤트를 주문한다. 해변가 백사장에 야외 영화관을 설치하고 샴페인, 와인, 음료, 팝콘과 함께 가족과 같이 영화를 즐기는 것이다. 영화 시작 전 스크린에는 우리의 사진들을 먼저 띄워 즐거운 모습, 기뻐하는 모습,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는 행복하다” 글귀로 가족 여행의 의미를 마음속에 담아둔다. 곧이어 “sound of music” 영화가 시작한다.
10일이 너무 짧다. 준비하면서 비행하면서 매일매일 즐기면서 우리가 느낀 것이 행복이다. 행복은 가족과 함께 항상 곁에 있음이 분명하다. 우리가 그것을 느껴야 하고 그냥 행복해야 한다.
행복한 가족은 미리 누리는 천국이다. - R. 브라우닝 –